연예 프로그램 전성시대를 맞은 TV 방송가에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눈에 띄는 예능 게스트가 한 명 있다. 그는 바로 20년 가까이 록 음악계에서 활동하며 수많은 히트곡을 남긴 김종서(43)다.
김종서는 1980년대 중반 록 그룹 '부활'과 '시나위' 보컬을 거쳐 92년 솔로로 데뷔, '대답없는 너' '겨울비' '추락천사' '아름다운 구속' 'Rock'N'Roll Party' 등 수많은 히트곡을 발표했다. 꼭 자신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김종서에게는 '록의 전설'이라는 수식어가 과장되지 않는다.
그랬던 그가 지난해부터 과거의 이미지를 버리고 예능 늦둥이를 자처했다. 뿐만 아니다. SBS 드라마 '행복합니다'를 통해 연기자로까지 데뷔했다. 팔방미인 방송인 활동 때문에 음악인들에게 비난을 듣기도 했던 김종서. 그럴 때마다 그는 "음악인의 모습은 음악을 통해 보여드리겠다"고 했다.
김종서가 그 약속을 지켰다. 싱글앨범 '아버지'를 통해서다. 그는 최근 발매된 이 앨범을 통해 김종서의 음악이 아직도 건재하다는 사실을 알렸다.
타이틀곡 '아버지'는 드라마 '행복합니다' 중 김종서가 불렀던 노래다. 이 드라마 장용우 PD가 가사를 붙였다. 김종서는 "노래를 만들 때 장 PD가 자신의 얘기라고 하며 글을 써 줬다"며 "친구같은 아버지의 얘기가 좋아서 그냥 가사로 썼다"고 설명했다.
1번 트랙 '라이드(R.I.D.E)'는 바쁜 일상 때문에 잃어버린 자유를 표현한 미디엄 템포의 소프트 록 음악이다. 20~30대 팬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3번째 트랙 '아이 러브 유(I Love You)'는 지난해 발매한 20주년 기념음반 '명작'에 있는 유일한 신곡이다. 리마스터링 작업을 거쳐 이번 앨범에 실렸다.
'아버지'는 김종서가 내는 첫 싱글 앨범이다. 그는 "다른 나라에서는 싱글 앨범을 낸 후 그 성과를 보고 정규 앨범을 내는 방식이 일반적인데 국내에서만 이 방법이 정착되지 않았다"며 "어려운 음반 시장에 싱글 앨범이 대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규 앨범 계획도 없는 것은 아니다. 김종서는 앞으로 2~3개의 싱글 앨범을 더 낸 후 정규 10집 앨범을 낼 계획이다.
연기자 김종서의 모습도 기회가 되면 계속 보여줄 생각이다. 드라마 출연을 통해 연기의 매력에 푹 빠졌다는 게 그의 얘기다. 록 마니아들로만 한정됐던 김종서의 팬 층이 드라마를 통해 두터워진 것도 김종서에게는 반가운 일이다.
"연기자 활동을 하면서 연기에 대한 새로운 성찰을 하게 됐습니다. 처음에는 노래를 알리려고 한 것인데 또 다른 세계가 있더라고요. 드라마에서 제가 맡은 '준기' 역할은 결코 크지 않은 배역이었죠. 그런데 저에겐 첫 연기 도전이라 다른 연기자들보다 몇 배 많은 노력을 해야 했어요. 음악 작업을 할 여력이 없었죠. 연기는 음악과는 다른 에너지를 소비하게 해요. 매력이 있는 장르죠."
연기에 대한 생각도 많아졌다. 혼자 활동을 하는 가수에 비해 연기는 다른 사람과의 호흡이 중요하다. 그 점이 김종서에게는 새롭게 다가왔다.
"연기는 기계의 기어처럼 맞물리는 일이라, 하나만 삐걱거려도 어긋나죠. 나만 잘해서 될 게 아니라 다른 사람과 호흡을 잘 맞춰야 해요. 이번 드라마에서는 그걸 조금 알아가는 무렵에 종영을 맞았어요. 다음에 기회가 주어진다면 전보다 더 재밌게, 열심히 할 생각입니다."
예능 프로그램 역시 꾸준히 출연할 생각이다.
"처음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을 할 때에는 음악을 알리기 위한 특단의 조치라 생각을 했죠. 그런데 점점 버라이어티쇼를 즐기게 됐어요. 지금은 전처럼 치열하게 출연하진 않아요. 편하게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어린 팬들도 많이 생겼어요."
한층 편안한 마음을 가진 김종서는 록 음악을 하는 후배들에 대해서도 관대한 시각을 갖게 됐다.
"록 팬들은 고집들이 있어서 어설프게 록 음악을 하는 가수들을 비판적으로 보기도 해요. 그런데 전 꼭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록'을 표방해 음악을 하는 가수들은 그냥 그 모습 자체로 받아들이면 되죠. 모든 게 유행이니까요. 동시에 '넬' 같이 실력 있는 록 밴드도 있잖아요."
김종서는 가수 서태지와 오랜 친분으로도 유명하다. 우연치 않게도 두 실력파 뮤지션은 현재 함께 활동을 하고 있다. 미디어를 통해 서태지를 만나기가 쉽지 않은 탓에 김종서에게는 항상 서태지와 관련된 질문이 따라 다닌다.
"전 같으면 대기실에서 만났을 텐데 요즘은 그 친구와 내가 활동반경이 달라서 방송국 등지에서는 마주치지 못하네요. 음악을 잘 하는 친구이니까 믿고 인정합니다. 가깝지만 멋지게 보고 있는 친구죠."
자신의 음악이 아닌,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 서태지관련 이야기 등으로 뉴스의 중심이 되기도 한 김종서. 그러나 음악에 대한 열정은 변함 없다. 그는 음악 팬들에게 "비판을 하기 전에 내가 여전히 음악을 열심히 하고 있다는 사실을 꼭 기억해 달라"고 주문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댓글 많은 뉴스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
헌재, 감사원장·검사 탄핵 '전원일치' 기각…尹 사건 가늠자 될까
계명대에서도 울려펴진 '탄핵 반대' 목소리…"국가 존립 위기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