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41)씨는 요즘 아이들만 보면 눈물이 난다. 지난해 부도가 나면서 집을 잃었고, 빚독촉에 시달리던 아내마저 얼마 전 집을 나갔다. 당장 건설현장 일용직이라도 나서야 할 판이지만 일곱 살배기 아들과 세 살배기를 맡아줄 곳을 찾지 못해 발만 구르고 있다. 보육시설까지 찾아가 상담을 했지만 절차와 조건이 까다로워 돌아서야했다. 그는 "먹고 살 일이 막막한데 아이를 봐줄 곳이 없어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늘어가는 싱글 대디=이혼, 사별, 별거 등으로 홀로 자식을 키우는 아버지가 늘고 있고 있지만 사회적 관심과 정부 대책은 턱없이 부족하다. 부자 가정의 경우 자녀 양육이 큰 고민이지만 이를 도와줄 보호시설은 전혀 없다.
부자(父子)가정은 매년 늘어나고 있다. 대구시에 따르면 올 들어 8월 말 현재 부자가정은 856가구에 2천248명이나 된다. 2005년 496가구였으나 2006년 664가구로 늘었고, 지난해에는 753가구로 급격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부자가정 대부분은 생계난에 내몰려 있다. 부도나 이혼 등으로 가정이 깨져 자녀에 대한 보살핌이 더욱 절실하지만 아버지 홀로 부모의 역할을 해내기란 쉽지않다. 지난해부터 고3 딸과 초교 6학년 아들을 키우고 있는 B(49)씨. 이혼 후 두 자식을 돌봤던 아내가 지난해 "아이를 돌볼 여력이 없다"며 아이들을 돌려보냈다. 건설현장을 쫓아다니며 근근이 생계를 이어왔던 그에게 두 아이를 보살피는 것은 너무나 버거웠다. 기초생활수급자 신청을 했지만 근로능력이 있다며 거절당했다. B씨는 자식들에게 옷 한 벌 제대로 입히지 못하는 자신의 처지가 원망스러워 술에 취해 있는 날이 많다.
구청의 한 관계자는 "부자가정의 상당수가 경제난에 허덕이고 있는데다 아버지가 양육까지 책임져야하다 보니 어려움을 호소한다"며 "24시간 돌봐주는 어린이집 등이 있지만 비싼데다 자식이 2, 3명 될 경우는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고 했다.
◆양육시스템 제로=모자가정의 경우 대구에는 일시보호시설 3곳, 3~5년 장기보호시설 5곳이 있지만 부자가정을 위한 전문 보호·지원 시설은 한 곳도 없다. 아동 일시 보호기관인 'SOS아동보호센터'(수성구 만촌동)에는 하루에도 아이들을 맡기려는 남성들의 상담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아버지가 직장이 있거나 자동차, 집 등이 있으면 원칙적으로 입소가 힘들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자식과 '생이별'을 맞는 경우도 많다. 이혼 후 두 자녀를 키우다 부도로 전 재산을 잃은 C(47)씨. 교복 사줄 돈이 없어 학교에 보내지 못할 처지에 몰리자 두 아이를 일시보호소에 맡겼다. 죽을 방법을 찾던 그는 자식들을 떠올리며 재기에 나섰고 조그마한 업체에 취직해 아이들을 자신의 품으로 데려왔다.
이 센터 김효승 사무국장은 "최근에는 부모 한쪽의 자살로 긴급하게 시설에 맡기는 경우가 늘고 있으며, 아버지의 절반쯤은 친권을 포기하면서까지 아이들을 장기보호시설에 위탁하고 있다"며 "부자가정에 대한 정부의 보호시스템이 소극적이어서 길거리로 나앉아야 지원이 가능할 정도"라고 했다.
부자가정들은 장기적인 자녀 양육시스템에 대한 정책적 지원을 바라고 있다. 이들은 "생활 기반을 마련할 수 있도록 일하는 낮 시간 동안만이라도 아이를 봐줄 곳이 한 군데라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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