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불황 찬바람…속병 든 병·의원

경기불황에다 금융 위기, 환율 및 이자 급등 등 각종 악재가 겹치면서 지역 병·의원들이 휘청대고 있다.

경기 침체로 병·의원을 찾는 환자들이 뚝 떨어진데다 엔화·달러 등 환율 급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곳이 적지 않다. 대학병원 등 대형 종합병원에도 불황의 여파가 미치면서 신규 환자의 하락세가 뚜렷하다. A종합병원의 경우 올 3월 이후 10월 현재 신규 환자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4% 정도 줄었고 B종합병원 7.5%, C종합병원은 2.6% 감소했고 D종합병원도 10%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 병·의원들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환자가 크게 준데다 환자들의 검사 및 수술 기피 현상도 두드러지고 있다. 한 병원 원장은 "아파서 병원에 와도 검사를 권유하면 다음에 오겠다며 돌아가거나 검사 후 수술을 권해도 '당장 큰 문제가 있느냐'며 수술을 받지 않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정상적인 병원 운영 어렵다"고 말했다.

아기를 갖고 싶지만 인공수정(회당 평균 20만원 정도), 시험관 아기(평균 300만원 정도) 등 시술비가 부담스러워 병원을 찾는 발길도 뜸해지고 있다. 불임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는 한 산부인과 의사는 "정부의 불임 시술 지원비를 받지 못하는 일반 불임 부부는 크게 줄었다"고 했다.

엔화 대출이나 리스(장기 임대)로 의료기기를 장만했다 엔고 등 환율 급등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는 병·의원도 적잖다. 이자가 싸다는 장점 때문에 엔화로 대출했지만 지난해에 비해 환율이 2배나 껑충 뛰는 바람에 손실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2006년 2% 정도 하던 엔화 대출 이자가 올해 5%까지 뛰었고, 엔화 환율도 700원대에서 현재 1천600원에 육박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 금융기관에 올 10월 현재 대구경북에서 '메디컬 론(의료기기, 병·의원 운영 및 건축비 등)' 등으로 개인이 빌려간 엔화가 50억원에 달한다. 대구 전체로 보면 병·의원에서 대출한 금액이 수백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지역 한 중소병원은 6억5천만원 정도를 엔화 대출했다가 이자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 속앓이를 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리스 부담 때문에 내년쯤 문을 닫는 병·의원이 크게 늘 것"이라고 했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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