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을 통한 도시 활성화를 잘 수행하기 위해서는 지역의 주객관적 조건을 분석하고 예술이 도시 활성화에 적극 개입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 또한 자율적 운영시스템을 주도할 문화매개집단을 준비하는 일은 도시 활성화의 성공여부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몇 가지 사례를 살펴보자.
서울 문래동지역은 전통적 공업지역으로서 1960년대 이래 우리나라 철강재 산업의 1번지로 활황을 누려왔다. 그러나 90년대 산업구조조정과 중국산 저가제품의 유입 등의 이유로 쇠퇴기에 접어들면서 빈 공간이 늘었고, 도시는 점차 슬럼화 되어갔다. 그러나 5, 6년 전부터 예술인들이 모여들면서 지역의 상황은 급변하기 시작했다. 현재는 50여개의 창작실, 갤러리, 공연장이 들어섰고 150명 이상의 국내외 예술가들이 활발하게 창작촌의 모습을 형성해가고 있다. 더욱이 기존 재래철공소의 장인적 에너지와 새로운 예술창작의 에너지가 만나면서 다양한 예술실험이 일어나고 있으며 주민들과도 소통을 넓혀가고 있다.
문래동의 사례가 창작촌을 통해 새로운 장소성을 획득한 경우라면, 멀리 칠레 제1의 항구도시 발파라이소의 사례는 예술프로젝트를 통한 활성화에 해당된다. 발파라이소는 45개의 언덕을 따라 함석지붕 판자벽들이 밀집된 전형적인 해안가 빈민촌이다. 여기에 미술가들은 장기간 벽화운동을 벌여 산동네 미술관을 조성하였다. 자칫 슬럼화되기 쉬운 곳을 문화와 역사교육이 살아있는 예술거리로 바꾸어놓은 것이다. 미술가들은 산 중턱에 위치한 칠레의 유명시인 네루다의 저택과 공간적으로 연계함으로써 산동네 골목경제에도 보탬이 되도록 유도했다. 이에 발맞춰 주민들은 벽화를 지역고유의 문화재산으로 생각하여 잘 관리하고 있다.
발파라이소의 경우가 예술가주도의 프로젝트라면 대전시의 무지개 프로젝트는 관주도의 프로젝트라고 볼 수 있다. 시가 역점사업의 하나로 소외지역 생활환경 개선사업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지개 프로젝트는 저소득층 주민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가도록 고려한 점과 마을의 자원봉사조직 등을 통해 주민참여를 적극적으로 유도하려는 노력이 돋보인다.
그러나 관주도의 경우는 사업의 지속성을 보장하기 위한 보다 예민한 작동장치마련이 중요하다. 왜냐하면 지방정부의 재정형편상 장기간 예산투여는 어려움이 따를 뿐더러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정치사회적 변화요인이 생겨 지속성을 보장하기 어려울 수도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공동체의 발전을 위해서는 좋은 프로그램과 이를 주도할 문화종사자, 동네의 아이디어맨, 손재주꾼들로 구성된 문화매개집단의 구성이 지역맞춤형으로 필요하다. 이때 어떤 집단이 공동체를 주도하게 되는가가 공동체의 성공여부와 공동체의 질을 좌우할 것이다.
김윤환(대구문화창조발전소 추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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