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금융계를 중심으로 'R-D-GD-J 공포 시리즈'가 나돌고 있다. R(Recession·경기침체) 공포가 생각보다 심각해 D(Depression·공황)가 올 것이라는 심적 압박감이 만들어낸 공포 시리즈다. 최근엔 공황을 넘어 GD(Great Depression·대공황)로 이어질 것이란 얘기도 들린다. 공황 이후 연쇄적인 실업 사태가 우려된다는 의미에서 J(Jobless·실업)공포란 말까지 그 뒤를 따라붙었다.
이럴 때일수록 아끼는 것이 미덕이다. 하지만 눈앞엔 혹한의 겨울이 다가와 있다. 움츠러든 어깨가 난방비 앞에서 또다시 흔들린다. 난방비 절약 방법을 알아봤다.
▶난방보조기구, 전력효율 계산은 필수
결혼 12년차 주부인 김은애(40)씨는 이번 달 전기요금 명세서를 보고 깜짝 놀랐다. 평소 3만원대이던 요금이 7만원으로 두 배가 넘게 나온 것이다. 최근 온풍기를 산 것 외에 전기를 쓴 적이 없는 김씨는 온풍기 소비전력을 보고 그제서야 상황을 이해했다. 소비전력이 무려 3천W나 됐던 것이다. 김씨는 지난달 추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이라 보일러 대신 온풍기를 사용했다. 소비전력을 몰라 하루 2, 3시간가량을 틀어놓았다. 전기요금으로 환산하면 무려 2만2천520원(※3천W×2.5h×30일=225㎾)에 달하는 금액이었다. 온풍기 외에도 냉장고와 컴퓨터, TV 등 평소 쓰던 전기량까지 합하자 전력량이 400㎾가 넘어 누진제까지 적용됐다. 김씨는 "소비전력을 따져보지 않았던 것이 요금 폭탄이 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며 뒤늦게 후회했다.
난방비를 아끼기 위해 사용하는 난방보조기구가 전기 먹는 하마로 변하고 있다. 온풍기와 전기히터 등 순간 난방 기능 제품들이 낮은 전기효율을 갖춘 경우가 많아 세금폭탄을 맞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는 것. 소비자들 역시 전력량을 꼼꼼히 따져보지 않아 뒤늦은 후회를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제품 구입 전 전력량을 꼭 확인할 것을 조언한다. 시중제품 중 500~1천W 이하 제품을 사서 사용 시간을 조절하는 것이다. 또 전기제품을 사용하지 않을 경우 콘센트를 빼는 등 사소한 습관이 전기소모가 많은 겨울철에 전기요금 절감효과로 직결된다고 말한다.
▶보일러 교체, 장기적인 안목으로 대처
난방비를 아끼기 위해 보일러를 교체하는 세대가 늘고 있다. 연탄보일러와 심야전기보일러 등 초기 교체 비용이 많이 들더라도 매달 나오는 난방비를 아끼기 위해 '집안 공사'를 마다하지 않고 있다. 주부 김진경(38)씨도 지난해 연탄보일러를 기름보일러 옆에 함께 달았다. 온수 등 자주 사용하는 난방은 기름보일러로 쓰되 방 전체를 데우는 난방은 연탄보일러로 쓰기 위해서였다. 그 후 김씨는 난방비 절감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기름 400ℓ(2드럼, 42만원)를 넣어도 한 달을 채 쓰지 못했지만 연탄보일러로 교체한 후 1년 동안 기름 400ℓ, 연탄 1천장(장당 300원, 30만원)을 사용해 1년 난방비를 70만원 안팎으로 줄였다. 김씨는 "연탄 보일러 교체 비용이 50만원가량 들었지만 1년 난방비 절감으로 오히려 이득을 봤다"고 전했다. 하지만 내년부턴 정부보조금이 줄어들어 연탄이 장당 500원가량으로 폭등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탄보일러로 교체 계획 중인 가구는 이를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심야전기보일러 역시 난방비 절감효과를 낼 수 있는 난방방식이다. 겨울철 4인 가족 기준 월 10만원에서 15만원가량의 전기요금이 든다. 심야전력의 경우 1㎾당 52.1원(겨울철)으로 일반가정의 248원(300㎾ 이상)에 비하면 4분의1밖에 되지 않는다. 하지만 초기 설치비용이 580만원에서 650만원 선으로 만만치 않아 선뜻 교체하는 가구가 많지는 않다. 정부 역시 도시가스 가격이 더 싼데다 심야전기라도 전력 소모가 많아 보일러 용량을 20㎾로 제한하고 있다. 도시가스가 들어오지 않는 시골이나 가족수가 많지 않는 가구가 사용하기 적합한 방식이다.
한편 기름 보일러의 경우 12월부터 유류세 인하로 ℓ당 34원 내려 200ℓ(1드럼)를 넣을 경우 현 시세보다 6천800원가량 싸게 구입할 수 있다. 실제 석유 시장에서도 이달 난방유 문의가 줄고 있다. 삼익석유 구덕환 사장은 "추운 날씨가 이어지는데도 석유값이 내리기를 기다리는 주부들이 많아 주문량이 줄었다"고 전했다.
정현미기자 bori@msnet.co.kr
※225㎾전력량 요금계산방법(400㎾ 이상부터 누진제 적용, 전기고지서 뒷면 표 참조)
전기요금은 100㎾당 적용 요금이 다른 누진제를 적용하고 있다. 225㎾를 사용했을 경우 초기 100㎾이하, 101~200㎾ 이하, 201~300㎾ 이하 요금이 각각 다르다. 225㎾의 경우 초기 100㎾엔 55.1원, 다음 100㎾엔 113.8원, 25㎾엔 168.3원을 적용한다.
2만2천520원=1천430원(기본요금)+(초기 100㎾×55.1원)+(100㎾×113.8원)+(25㎾×16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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