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의 감언이설에 속아 입주민들만 고스란히 피해를 보게 생겼습니다."
다음달 대구 달서구 상인동의 대림e-편한세상(1천53가구) 아파트 최상층에 입주하는 A(43)씨는 요즘 화가 치밀어 잠을 이룰 수 없다. 분양받은 집을 2개월 전 둘러본 결과 시공사에서 홍보한 내용과 실제 내부 모습이 판이하게 달랐기 때문이다. A씨는 "대림 측이 약속했던 거실 층고(層高)와 실내 인테리어 등이 하나도 지켜지지 않았다"며 "이럴 것 같았으면 다른 층보다 2천만원이나 더 주고 계약을 했겠느냐"고 말했다.
최고층 펜트하우스 입주민들과 시공사 간의 갈등이 법적 분쟁으로 이어질 조짐이다.
상인동 대림e-편한세상 최상층(14~28층) 입주자들(46가구)은 시공사인 대림건설 측이 분양 홍보 당시의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며 대책위원회를 결성, 집단 반발하고 있다.
입주자들에 따르면 2005년 분양 계약 당시 대림 측이 "최상층 가구의 거실 천장을 70㎝ 높이고 고급 실내 인테리어를 하는 등 다른 가구와 차별되는 고급 펜트하우스로 짓겠다"고 약속했으나 이를 지키기 않았다는 것. 실제 취재진이 둘러본 최상층 집들의 내부는 천장 전체가 아니라 거실 중앙 샹들리에가 매달린 곳만 70㎝가량 오목하게 높여져 있었다.
입주민 B(52)씨는 "천장이 높으면 여름에도 시원할 것 같아 돈을 더 내고 입주 계약을 했는데 이게 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분명 대림에서 거실 샹들리에도 수백만원짜리 최고급으로 설치해준다고 했는데, 시중의 싸구려 샹들리에만 못하다"고 말했다.
입주자들에 따르면 이 아파트 경우 108㎡(33평형) 최상층의 분양가는 저층(1~3층)보다는 2천700만원 비싸고 기준층(4~최상층 아래층)보다는 1천200만원이나 많다는 것. 191㎡(58평형) 경우는 저층에 비해 6천200만원, 기준층에 비해 2천800만원이 비싸다고 했다.
대림건설 측은 입주민들이 억지주장을 펴고 있다며 맞서고 있다. 대림 한 관계자는 "거실 층고 전체를 높인다는 말은 한 적이 없고, 샹들리에도 다른 층 가구보다 더 비싼 것을 설치했다"며 "최상층의 분양가가 높은 것은 분양 당시 선호도가 높았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현재 대책위 소속 입주자들은 변호사를 물색하고 있는 가운데 대림 측에서도 법대로 하겠다는 입장이어서 법적 공방이 불가피하게 됐다.
임상준기자 zzu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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