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공연을 보면 막이 오르기 전에 보통 오케스트라만 곡 하나를 연주하는 경우를 보게 된다. 지휘자는 열정적으로 지휘를 하고 오케스트라는 멋들어진 연주를 한다. 하지만 이때는 막이 올라가지 않고, 그 곡이 끝나면 비로소 막이 올라가기 시작한다. 이렇게 막이 올라가기 전에 연주되는 관현악곡을 서곡(序曲)이라고 부른다.
대부분의 오페라에는 서곡이 있다. 물론 없는 경우도 있고, 서곡이라기보다는 다만 '서주(序奏)'라고 부르는 것이 나을 정도의 몇 소절의 짧은 음악이 나오는 경우도 있지만, 전통적으로 오페라의 드라마 시작 전에는 서곡이라는 관현악곡이 연주된다.
모차르트 이전의 바로크 시대 오페라에서는 서곡이 그 오페라의 가장 중요한 관현악이었다. 게다가 많은 경우에 서곡은 그 오페라의 유일한 관현악곡이기도 하였다. 즉 초기 오페라들은 주로 아리아와 레치타티보가 교대로 반복되는 형태가 있었으며, 중간에 드물게 합창이나 중창 같은 것이 간혹 들어갈 뿐이었다. 그리고 오페라 중간에 관현악곡이 연주되는 경우는 무척 드물었고, 서곡은 보통 그 오페라의 유일한 관현악곡이었다.
흔히 서곡은 '오버추어(overture)'라고 부르지만, 옛날에는 '신포니아(sinfonia)'라는 이름으로 부르기도 하였다. 신포니아라는 뜻은 오페라에서 연주되는 관현악곡이라는 뜻인데, 주로 시작 전에 연주되는 단 하나의 곡인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서곡이라는 뜻으로 받아들여졌다. 프랑스나 영국 등에서는 신포니아란 이탈리아식 말보다는 보다는 '심포니(symphony)'라는 말을 더 많이 사용하게 되었다.
이름 그대로 심포니는 나중에 독립된 관현악곡 즉 '교향곡(交響曲)'을 일컫는 말이 되었다. 그러므로 우리가 교향곡이라고 부르는 심포니라는 단어를 쓸 때마다 그것도 오페라에서 유래한 것이라는 점을 기억하게 되는 것이다. 서곡이라는 말로는 여전히 오버추어를 많이 사용하지만, 베르디의 오페라 중에서 '시칠리아 섬의 저녁 기도' 서곡이나 '운명의 힘' 서곡 같은 곡들은 신포니아란 이름을 붙이고 있다.
서곡은 그 오페라를 상징하는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므로 그것은 의미상으로도 중요하고, 형식적으로도 오페라에서 가장 비중 있는 곡의 하나다. 특히 작곡가의 입장에서는 자신이 관현악곡을 만드는 실력을 보여줄 수 있는 유일한 곡이며 첫 인상을 좌우하는 곡이기 때문에 서곡을 작곡하는데 심혈을 기울이곤 하였다.
또한 서곡은 그 오페라의 내용을 압축해서 보여주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많은 경우에 서곡은 그 오페라 중에 나오는 가장 중요한 주제나 동기들을 사용한다. 그러므로 서곡은 오페라에서 가장 멋진 곡이 되는 경우가 많고, 더불어 오케스트라 콘서트에서 독립되어 따로 연주되는 경우도 흔하다.
베르디의 위의 두 서곡은 무척 유명하며, 그의 작품 중에서는 '나부코'나 '루이자 밀러' 등의 서곡이 잘 알려져 있다. 그 외에 푸치니의 '마농 레스코' 서곡이 아주 유명하고, 벨리니의 '노르마' 서곡, 로시니의 '세비야의 이발사'나 '윌리엄 텔' 서곡도 잘 알려져 있다. 독일 쪽에서는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이나 '돈 조반니' 서곡, 베버의 '마탄의 사수' 서곡, 바그너의 '리엔치'나 '탄호이저' 서곡 등도 명곡이다. 베토벤의 경우 하나밖에 없는 자신의 오페라 '피델리오'의 서곡에 신경을 많이 써서, 네 가지나 되는 서곡을 남기기도 하였다.
오페라 평론가, 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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