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사람들은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직접 확인하면서 일상을 시작한다. 그러다 가끔씩 남의 눈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보고 싶을 때가 있다. 기분 좋은 만남이 있거나 왠지 자신의 모습이 초라해 보일 때 더 그러하다. 익숙해진 자신의 눈보다 남의 눈이 더 객관적이고 정확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을 방문했던 여행객이 쓴 글이 중국 인터넷 검색순위 상위에 올랐다. '중국인들이 한국물건을 사지 않는 것은 이성적 선택'이라는 제목이다.
중국 모 연구소 시찰단 일원으로 한국에 오게 되었다는 필자는 글의 서두에서 자신이 만났던 한국의 첫인상을 간단하게 기술했다. "실망했다. 한국드라마 속에 비쳤던 선진적이고 발달한 그리고 정이 넘치는 한국의 이미지를 전혀 찾을 수 없었다." 함께 갔던 다른 사람들도 같은 감정을 느꼈으며, 귀국 후 반한감정이 생긴 동료도 있다고 했다. 구체적인 내막을 들어보자.
입국에서부터 실망이 시작되었다. 일행들에게 손가락질을 하면서 쑥덕거리던 한국의 세관직원들, 중국인을 흘겨보는 눈에는 멸시의 빛이 가득했고 존중의 태도는 조금도 찾아볼 수 없었다. 몇 가지 문제가 있어 물었는데 금방 악감정을 드러냈다. 만약 일본사람이었더라도 그랬을까? 아마 웃으면서 맞았을 것이다. 도착 후 식사를 하는데 김치 외에는 먹을 게 없더라. 농산품의 값은 너무나 비싸고, 육류는 거의 사치품 수준이었다. 그래서 철강, 선박, 기계, 화공, 전자, 자동차 등 6대 제조업을 시찰하는 한국시찰단이 극기훈련에 참가한 '고행체험단'이 되고 말았다.
기반시설도 전반적으로 열악했다. 서울은 근본적으로 베이징이나 상하이만큼 번화할 수 없으며, 제주도도 중국 해남도와 비교조차 할 수 없다. 호텔 역시 마찬가지였다. 올림픽을 치르면서 중국호텔은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최고의 시설을 갖춘 반면 한국은 변변한 호텔조차 없다. 인민들의 생활 역시 나을 게 없었다. 한국의 봉급근로자들은 자산계급의 노예상태였다. 하루 12시간 일하고 5시간 잠을 잔다. 6시간 이상 자는 사람들을 게으름뱅이로 여긴다. 물론 한국인들의 근면함에 대해서는 일행 모두가 감탄했다. 같이 갔던 소장도 귀국하면 근무시간을 연장해야겠다는 농담을 던질 정도였다. 힘 넘치는 한국인들, 주량도 대단했다. 그러나 먹는 술 대부분은 중국의 공급용 알코올에 해당하는 저급소주였다.
산업면에서도 실망한 것은 마찬가지다. 20년 전 염가, 저질의 대명사였던 한국상품이 최근 10여 년 동안 광고에 성공하여 브랜드 이미지가 매우 높아졌다. 그러나 한국상품은 실제 기술력이나 예술성 면에서 미국, 유럽에 비해 훨씬 뒤처졌다. 일본과 비교해도 차이가 크다. 우선 한국 자동차는 질이 낮다. 자동차는 고급기술의 총합인데, 한국자동차는 디자인이나 시스템 면에서 유럽, 미국, 일본과 비교할 수 없다. 전자산업 역시 비슷하다. 여전히 일본 전자산업에 종속되어 있고, 부품의 대부분을 일본에서 수급한다. 한국의 조선업은 중저급선박의 건조에서는 중국을 압도하지만 액화천연가스(LNG)운송선 등 고급선박 부문에서는 일본에 뒤처졌고, 곧 중국의 추월이 예상된다. 철강산업에서도 한국이 특정분야에서 기술 우위를 보이고 있지만 중국과의 거리가 좁혀지고 있으며, 기계분야에서도 여전히 유럽과 차이가 있어서 중국이 쉽게 추격할 수 있다. 화공분야에서는 한국이 만드는 무엇이든 중국도 만들 수 있는 수준이다. 전체적으로 보면 아직은 한국이 6대 산업분야에서는 상당한 경쟁력이 있지만 주어진 시간은 향후 3~5년 정도이다. 외부시장의 강한 압력, 좁은 내수시장, 절반의 시장이라는 조건으로는 한국이 중국의 맹추격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다.
여행에 홀대받은 외국인의 비방이라고 단순히 치부해버려서는 안 될 가슴 뜨끔한 이야기이다. 최근 중국 선전 부근에 있는 한국대기업의 협력업체들이 일거리가 없어 줄도산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중국관광객의 해외여행 경비지출이 한국보다 일본에서 5배가 많다는 보도가 있었다. 며칠 전 한 중국유학생이 위안화가치가 상승했다고 물건을 구매했는데 들여다 보니 일본제품이었다. 명동을 누비는 일본 쇼핑족들이 찾는 물건 대부분이 유럽의 명품들이다. 무엇을 하고 있는가! 남에게 비친 우리, 나르시시즘의 노예, 자아도취에 빠진 모습이다.
이정태(경북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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