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영화 속 두 여자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
A가 "세상이 왜 이렇게 불공평하냐?"고 울면서 하소연을 하고 있다. 사는 것이 너무 힘들고 행복하지도 않은 모습이다. "너는 행복이 뭐니?" 듣고 있던 B가 짧게 대답한다. "피니스 이즈 마이 해~피니스"(Penis is my Happiness!). '남자의 물건이 바로 내 행복이지'라는 뜻이다. 그렇게 보면 널리고 널린(?) 것이 행복인가?
이성과의 섹스만 좇아 행복할 수 있을까마는 행복을 대하는 B의 태도가 상당히 긍정적이다. "행복이 뭐 별거니? 마음먹기 달려 있는 것 아니니?"라는 속뜻이다.
필자에겐 영화가 행복이다. 영화를 보는 것 자체가 참 행복하다. 좋은 영화를 보고 사람들과 나누는 것도 행복한 일이고, 그들이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만감이 든다.
최근 함께 나눈 영화중에 사람들이 가장 좋아한 영화가 인도영화 '블랙'(2005년)이었다. 2006년 인도 최대의 영화제인 '페어 원 필름페어'에서 최우수 작품상과 감독상, 남녀주연상 등 총 11개 부문을 휩쓴 작품이다.
'3중고의 성인' 헬렌 켈러의 이야기는 다 알 것이다. 듣도 보도 못하고, 말까지 할 수 없는 최악의 상태에서 외부와 소통점을 찾아낸 감동적인 실화의 주인공이다. 암흑에 갇힌 그녀를 세상의 빛으로 인도한 것이 설리반 선생님이었다.
'블랙'은 헬렌 켈러와 설리반 선생님의 이야기를 인도식으로 풀어내고 있다. 인도의 휴양도시 심라의 소녀 미셀(라니 무케르지). 그녀는 농맹아로 태어났다. 어느 날 미셀의 부모는 그녀를 가르칠 선생님으로 데브라이 사하이(아미타브 밧찬)를 초빙한다. 그러나 아버지는 주정뱅이에 예의도 없고, 미셀을 함부로 대하는 그를 해고한다.
미셀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사하이는 엄마를 설득해 아버지가 출장 간 20일간의 시간을 벌고 마침내 미셀에게 단어와 뜻의 상호관계를 이해시킨다. 어떤 물건이든 '스푸~운'(숟가락)이라고 하던 미셀이 드디어 손에 촉촉하게 떨어지는 물방울이 '워터'라는 이름을 가진 사물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블랙'은 헬렌 켈러 이야기를 영화화했던 아서 펜 감독의 1962년작 '미라클 워커'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한걸음 더 나가 사하이 선생님이 알츠하이머병에 걸려 암흑 속에 갇히고, 미셀이 다시 그를 빛으로 인도하면서 감동을 증폭시킨다.
미셀이 단어의 뜻을 깨닫는 장면, 사하이가 알츠하이머에 걸려 미셀을 잊어버리는 장면, 대학 졸업식장에서 미셀의 연설 등 최루성 짙은 장면들이 이어진다. 인도 최고 배우들의 호연에 '데브다시'로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후보로 올랐던 산자이 릴라 반살리 감독의 계산적인 연출이 돋보인다.
이 영화를 지인들과 몇 차례 보았는데 번번이 '눈물바다'를 이뤘다. 가슴이 복받쳐 큰 소리로 우는 이도 있었다.
감동의 눈물은 최고의 카타르시스다. 눈물을 닦으며 모두들 느끼는 감정이 충만감이었고, 그것은 좋은 영화가 주는 행복감이었다.
김중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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