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서부초등학교에는 '아무도 몰라방'이란 휴식 공간이 있다. 상담실 한쪽에 마련된 조그마한 공간이지만 단순한 학생들의 놀이공간이 아니다. 이곳은 학생들이 평소 마음속에 담아둔 근심과 분노 등을 풀 수 있는 스트레스 해소방이다.
8월부터 이곳을 운영하고 있는 최정미 교사는 "요즘 아이들은 집단 따돌림 등의 친구관계나 사춘기 갈등 등 어른들이 모르는 고민거리가 많다"며 "이를 선생님에게 드러내기도 하지만 그냥 뻔한 충고만 해주거나 이해 못할 거라고 미리 생각하고 구체적인 이야기를 안 하는 경우가 많다"고 '아무도 몰라방'을 만든 취지를 설명했다.
이 방은 일단 학생이 들어가고 나면 밖에서 함부로 열지 못한다. 학생들의 비밀을 철저하게 보장해주기 위해서다. 내부에는 화이트보드와 낙서용지, 또 음악을 들을 수 있는 헤드셋 등이 배치돼 있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마음속에 담아둔 문제들을 마음껏 적거나 음악을 통해 조금이나마 털어버릴 수 있다. 낙서가 적힌 종이는 밀폐된 케이스에 넣게 해 어느 정도 채워지면 그냥 소각해 버린다.
방 입구에는 문구가 하나 적혀 있다. '2번 이상 이곳을 찾아도 마음속 문제가 풀리지 않을 경우엔 상담 신청이 가능하다'는 내용이다. 학생 스스로 마음속 문제를 해결하도록 시도해 보고 그래도 안 될 경우엔 상담을 할 수 있도록 한 것. 최 교사는 "상담을 한 학생들의 대부분은 친구관계로 고민하고 있었다"며 "이 방을 이용하면서 학생들은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고 스트레스도 상당 부분 풀렸다고 이야기한다"고 했다.
서부초교는 이와 별도로 외부 전문기관과 연계한 개인 및 집단 상담도 활성화돼 있다. 정신적인 부적응 학생들은 서구정신보건센터와 연계해 일주일에 한차례씩 집단 상담을 하고 있으며 인터넷 중독과 관련해서는 제일종합복지관에 의뢰해 정기적인 상담을 받도록 한다는 것.
최 교사는 "내년에 상담실을 확충해 개인 및 집단 상담 등을 좀 더 활발하게 진행할 계획"이라고 했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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