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밤 청도에는 이색적인 콘서트가 나란히 열렸다. 하나는 가정집에서 열린 하우스콘서트이고 다른 하나는 인기가수 조영남의 컵라면 디너쇼. 이색적인 두 공연은 저무는 한 해의 헛헛함을 달래기에 충분할 만큼 벅찼다.
♠ 조영남, 전유성 카페서 '컵라면 디너쇼'
수십만원짜리 디너쇼를 해오던 조영남이 지난 29일 밤 청도에서 이름조차 낯선 '컵라면 디너쇼'를 가졌다. 라면 값으로 1만원을 내면 몇미터 앞에서 조영남을 볼 수 있고 그의 노래를 들을 수 있는 색다른 무대였다. 1시간 30분 동안 진행된 디너쇼에서 관객들은 '1만원'의 횡재에 행복했고 조영남은 이런 분위기에 마음껏 빠져들었다.
전유성의 카페에서 열린 조영남 디너쇼에는 피아노 한대가 무대장치 전부였다. 조영남은 피아노 앞에 앉아 자신의 과거와 노래, 인생을 이야기했고 관객들은 노래와 이야기에 젖어들었다. 이 자리에서 조영남은 자신이 좋아하고 부르고 싶어하는 노래를 불렀다. 방송에서 혹은 관객들이 요구하는 히트곡이 아니라 그가 좋아하는 노래만을 불렀다. 그래서 더욱 특별했다.
대전에서 열린 자신의 '삼팔광땡' 전시회를 오픈하고 바로 대구로 온 때문인지 그는 어느 때보다 자신의 감정에 쉽게 빠져들었다. 조영남은 "이런 낡은 피아노, 노래 부르기에 적합하지 않은 마이크, 100여명의 관중이 있는 무대서 공연하기는 가수생활 40년 만에 처음이다"는 말을 시작으로 디너쇼를 시작했다.
'무정한 마음' '내 고향 충청도' ' 지금'에 이어 소설가 이제하가 작사 작곡한 '모란동백'도 불렀다. 모란동백은 자신이 죽고 나면 추모곡으로 틀어주었으면 좋겠다는 설명까지 곁들이면서 작은 레스토랑은 사랑방으로 서서히 변해갔다. 그는 이렇게 노래와 이야기로 무대를 이끌어 갔다.
기자는 20년 전 조영남을 인터뷰한 적이 있다. 그의 외모는 오랜 세월 동안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검은 군복모양의 상의와 두꺼운 안경, 말투와 손짓은 한결같았으나 과거와 달리 여유가 넘쳐 흘렀다. 자신의 과거까지 유머스럽게 이야기하는 그의 모습에서 세월이 주는 여유로움이 넘쳤다.
아주 작은 카페에서 초겨울에 열린 조영남과의 만남은 객석과 무대가 하나가 된 자리였다. 관객들은 조영남의 노래와 그의 이야기에 매료되었고 조영남은 이런 분위기에 젖어들었다. 그는 마지막으로 '한국 100년 가요사의 명곡'이라고 소개한 소리새의 '그대 그리고 나'를 끝으로 무대를 마무리했다. '앵콜'이 이어지자 그는 3곡을 더 불렀다. 조영남의 공연은 11월을 보내는 이들에게 추억 하나씩을 남기고 그렇게 끝을 맺었다. 사족 하나. 이중근 청도군수는 이 자리에 끝까지 남아 조영남이 좋아한다는 감말랭이를 선물했다.
김순재기자
♠청도 박진우 사진작가 하우스 콘서트
29일 저녁 사진작가 박진우씨 집. 청도 이서면 칠곡1리에 자리잡은 박씨 집 마당에는 오후 5시가 넘어서자 차들이 꾸역꾸역 모여들기 시작했다. 차에서 내리는 이들은 활기에 넘쳤고 기대감으로 들떴다. 오늘은 박씨가 1년에 몇 차례 마련하는 하우스콘스트가 열리는 날이다.
콘서트가 열리는 박씨의 작업실에는 고구마 굽는 냄새로 훈훈했고 한쪽에는 조촐한 저녁밥이 차려져 있었다. 콘서트에 참석한 이들은 삼삼오오 모여 서로에 대한 안부를 묻고 인사를 주고 받았다.
오늘 초청 연주자는 재즈밴드 '아스트라'. 늦가을 밤을 재즈에 흠뻑 빠져보자는 이유에서 마련된 연주회다. 박씨의 하우스 콘서트는 클래식에서부터 재즈 팝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계절에 맞는 성격의 음악회를 준비한다. 올봄에는 클래식 연주회를 가졌다.
간단한 식사 후 연주회는 시작됐고 '고엽'(AUtumn Leaves)연주가 흘러나오자 모두들 늦가을의 정취에 취해갔다. 재즈밴드는 청중들의 호응에 신이 났고 연주는 끝 모를 가을 속으로 빠져들었다. 이어 분위기를 전환하는 신나는 곡이 울려퍼지자 청중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박수로 연주자의 흥을 돋웠고 이에 답하듯 색소폰의 연주는 더욱 깊어졌다. 드러머의 손놀림은 빨라졌고 청중들의 열기는 뜨거웠다. 모두들 어깨를 들썩이며 연주자의 동작 하나하나에 호응하고 반응을 보냈다.
이곳에 모인 청중은 50명정도. 전문직을 비롯해 예술인 등이 대부분이다. 박씨가 초청한 사람들이지만 모두들 '재미있게 살아보자'는데 의기투합한 이들이다. 박씨는 "삶이란 매순간 비장한 결의로 살아가야하며 이루어야하는 장대한 무엇이 있는 줄 알았다. 그러나 마흔을 넘기며 삶이란 모든 희생을 무릅쓰고 이루어야할 그 무엇이 아니며 그저 매순간 최선을 다하고 즐기는 것이란 것을 알게 됐다"며 이런 의미에서 서로 나누고 만나는 하우스 콘서트를 계획하게 됐다고 한다.
5년 전 청도로 이사온 박씨의 작업실은 한 달에 한 번씩 이렇게 깜짝 변신을 한다. 이곳에 처음 온 김순규(51·청도군 풍산면)씨는 "딱딱한 연주회장이 아닌 개인 집에서 열리는 콘서트라 분위기가 한결 더 좋은 것 같다"며 하우스 콘서트의 매력을 만끽했다고 즐거워했다.
가정집에서 열리는 음악회인 하우스콘서트는 서울 등에서 인기를 얻으면서 인터넷에 동호회가 생기고 최근에는 관련책까지 나와 있을 정도로 조금씩 보편화되고 있다.
김순재기자 sjki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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