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풀뿌리 이웃사랑' 추운 겨울 녹인다

A(43·여)씨는 얼마 전 건강하던 남편이 뇌경색에 당뇨합병증으로 시력을 잃어가면서 다니던 식당을 그만뒀다. 정성껏 남편 병간호를 했지만 상태는 호전되지 않았고 설상가상으로 생계마저 어려워져 집안은 엉망이 됐다. 그러나 남편 명의로 된 시골의 조그마한 땅 때문에 기초생활수급 신청도 어려운 상황. 막막해 하던 그에게 '치료비에 보태라'며 구청 직원이 지난달 초 40만원을 건넸다. 구청 이웃사랑 대상에 선정됐다는 것이었다. A씨는 "팔리지도 않는 땅 때문에 정부 지원조차 받을 수 없어 어쩔 줄 모르는 상황이었다. 얼굴 모르는 후원자들이 너무 감사하다"고 했다.

시민들이 후원금을 내고 지자체가 어려움에 처한 이웃을 찾아 도와주는 '이웃간 연결사업'이 활기를 띠고 있다. 십시일반 내놓은 후원금이 복지 혜택을 받지 못하는 저소득층에게 전액 사용돼 풀뿌리 이웃사랑의 실천 현장이 되고 있는 것.

수성구청은 지난 3월부터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함께 '희망수성 천사계좌'를 만들어 저소득층 자녀의 학자금을 마련해주는 등 도움이 필요한 이웃들을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구청은 시민들의 후원금을 공동모금회를 통해 관리하고, 어려움에 처한 이웃을 발굴해 자립기반 마련이나, 의료비 등에 보탬을 주고 있다. 희망계좌에는 10월까지 현금만 9천600만원이 쌓였고 쌀, 내복, 라면 등 현물까지 하면 2억4천만원이 넘는다. 1천, 2천원의 작은 정성에서부터 쌀 한 포대, 라면 한 박스 등 각종 생필품까지 9천200명이 넘는 주민들이 뿌린 사랑의 열매가 결실을 맺어가고 있다.

중구청은 2000년부터 '사랑의 한가족 연결사업'을 통해 매년 차상위계층의 어려운 이웃을 돕고 있다. 공무원들이 월급에서 일정금액을 내는 것을 시작으로 기업, 가게, 시민들이 보내온 후원금을 모아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이웃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덕분에 매달 250가구가 한 달에 4만원씩을 지원받고 있다.

달서구청은 지난해 4월 개설한 이웃사랑 창구 '행복나눔센터'에 2억여원이 넘는 후원금이 모였고, 남구청은 '이웃사랑 지킴이' 활동을 통해 매년 5천만원 상당의 후원금과 물품을 공동모금회에 기탁하고 있다. 이승철 달서구 행복나눔센터장은 "공공서비스는 최저생활 보장에 집중하다 보니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다"며 "얼굴을 알리지 않는 시민들의 작은 보탬들이 어려운 이웃들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고 했다.

성서공단의 한 업체 직원들은 매월 1만원씩을 월급에서 떼 지체장애를 겪고 있는 한 가정을 2년째 돕고 있다. 이 업체 관계자는 "월급에서 십시일반 떼낸 10만원으로 생활비와 학용품비용을 보태주고 있다"고 했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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