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전 5시 30분 대구 수성구의 A어린이집. '오전 8시부터 원아를 모집한다'는 공지문이 붙은 어린이집 현관문 앞에는 벌써부터 승용차 10여대가 서 있었다. 선착순 모집이다 보니 전날 오후부터 학부모 20여명이 미리 와 밤샘을 했다.
지난달 원생 모집 설명회 때는 100여명의 학부모들이 왔다고 어린이집 측은 전했다. 시설과 교육내용이 좋아 일대에서 인기가 높은 이곳 경우 지난해 추첨제로 원생을 모집했다가 학부모들의 반발로 올해 다시 선착순제를 적용했다. 어린이집 측은 "추운 날씨에 새벽부터 줄서는 학부모들에게 미안해 선착순제를 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별 도리가 없었다"며 곤혹스러워했다.
1일부터 유치원과 일부 어린이집의 원생 모집이 시작된 가운데 유치원, 어린이집 간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뚜렷하다. 일부에선 새벽부터 줄을 서거나 대기자 명단에라도 올리려는 학부모들의 발길로 붐비는가 하면 저출산 영향과 보육시설 증가로 원생 모집에 비상이 걸린 곳도 적지 않다.
지난달 말 원생모집을 마친 대구 동구의 B어린이집. 오전 8시부터 21명의 원아를 모집한 이곳에는 전날 저녁부터 수십여명의 학부모들이 자체적으로 대기순번 쪽지까지 만들며 줄을 섰다. 어린이집 원장은 "줄을 대신 서는 아르바이트생까지 고용했다는 말이 공공연히 나돈다"며 곤혹스런 표정을 지었다.
대구 남구의 C유치원도 원생 모집 첫날인 1일 하루 만에 20명의 빈자리가 다 찼다. 유치원 측은 "마감 후에도 문의전화가 이어져 일단 상담을 받아볼 것을 권하고 있다. 내년을 기약하면서 대기자 명단에 올리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이처럼 매년 이맘때마다 아동교육기관들이 과열양상을 띠는 것은 선착순 모집 때문이다.
교육청이 지난달 각 유치원에 지침을 보내 '1~5일 원서접수를 받되 지원자가 정원을 넘으면 공개추첨을 하라'고 했고, 정원의 10% 이내 범위에서 후보자를 선발하도록 했지만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어린이집 경우는 이런 지침마저도 없어 인기있는 곳 중심으로 선착순 모집을 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아동교육기관들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은 심각한 수준이다. 이달 현재 대구 185개 사립유치원에 2만3천여명의 원생이 있지만 유치원에 따라 최소 20명에서 최고 360명까지 원생수에 20배 가까운 편차를 보이고 있다.
한 어린이집 관계자는 "어린이집 숫자가 매년 늘어나는 추세여서 좋은 시설이나 교구재, 영어교육 능력을 갖춘 곳만 살아남고 문닫는 곳도 여럿 있다"고 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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