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식 자본주의'의 맹점을 드러내며 세계적인 경제위기를 몰고 온 미국이 이번에는 대통령 당선인의 쇼킹한 인사 스타일로 세상을 놀라게 하고 있다. 오바마 당선인은 어제 국무장관에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을, 국방장관에 로버트 게이츠 현 장관을 지명했다. 이미 예견된 인사지만 한국인의 시각에서 보면 놀랍기 그지없다.
힐러리는 민주당 대선후보 경합을 벌였던 인물이다. 승자 獨食(독식)에 익숙한 미국에서 경쟁자를 끌어안는 것도 놀랍지만 8년 동안 퍼스트레이디를 한 그녀가 장관직을 수락한 것 또한 놀라운 사실이다. 한국이라면 체면도 없이 '권력에 중독된 사람'쯤으로 치부될 게 뻔하다.
그리고 정권이 바뀌었는데도 기존 국방장관을 그대로 안고 가는 것은 또 무엇인가.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는 것'을 철칙으로 아는 우리나라 국민으로서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이 뿐만 아니다. 지난주 임명된 폴 볼커 경제회복자문위원회(ERAB) 의장은 나이가 자그마치 79세다. 앨런 그린스펀 이전에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을 맡았으니 21년 만에 금의환향한 셈이다. 그것도 경제개혁을 주도할 ERAB 의장을 맡았으니 개혁은 곧 젊은층의 몫이라는 우리의 사고와는 전혀 딴판이다.
또 한 사람은 로렌스 서머스 국가경제위원회(NEC) 의장. 그는 클린턴 대통령 때인 1999년 재무장관을 했으니 10년 만에 다시 미국 경제 기획팀장으로 복귀한 셈이다. 장관에서 물러난 후 하버드대 총장을 하면서 여자는 남자와 '생물학적으로 다른 구조'를 가졌다고 발언, 혼쭐이 난 인물이다. 한국이라면 점잖은 대학 총장이 정치권에 발을 들여놓는다고 비난받을 게 뻔하다.
오바마 당선인의 인사 스타일은 국익을 위해서라면 私感(사감)을 스스럼없이 내던지는 미국 '실용주의'의 진면목을 보여주고 있다. 내 편, 네 편 '편 가르기'나 하며 정치권 눈치나 살피고 있는 한국의 고위 관료들 모습에 익숙한 국민은 그저 놀라울 뿐이다.
이제 답은 나왔다. 공자는 군자는 周而不比(주이불비)하고 소인은 比而不周(비이부주)라고 했다. 즉 '군자는 두루 사랑하고 편협하지 않으며, 소인은 편협하고 두루 사랑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미국은 지금도 진화를 계속하고 있는 신선한 나라다.
윤주태 논설위원 yzoote@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
헌재, 감사원장·검사 탄핵 '전원일치' 기각…尹 사건 가늠자 될까
계명대에서도 울려펴진 '탄핵 반대' 목소리…"국가 존립 위기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