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제칼럼] 우리경제 불확실성 제거해야

소비.투자 '기대심리' 높이러면/일관성 있는 경제정책이 필수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노르웨이의 핀 쉬들란(Finn E. Kydland) 교수는 자신의 경제학 이론을 통해 국가 경제에 있어서 '정책의 일관성'과 '기대심리'란 명제를 줄곧 강조해 왔다.

기업과 소비자는 항상 경제가 나아질 것이란 기대심리를 갖고 있는데, 이 같은 기대심리를 충족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정책은 일관성 있는 정책이라는 것이다.

요즘 많은 사람들이 '대박'을 꿈꾸고 있다. 로또 열풍과 부동산 투기 바람이 일더니 너도 나도 빚을 내 주식과 펀드에 투자했다가 손해를 입는가 하면 다단계의 함정에 빠지기도 하는 등 '대박'만을 좇다가 큰 낭패를 당하는 것을 주변에서 목격할 수 있다.

개인이든 기업이든 예측하기 힘든 높은 수익을 좇는 경제주체가 많을수록 그 나라의 경제는 불안요인과 위험성이 더 커질 것이다.

많은 경영인들은 어느 날 갑자기 자기 회사의 주가가 급등한다거나 반짝 특수를 누려 대박이 나는 것을 원하기보다는 안정된 시장 환경을 바탕으로 예측 가능한 경제활동을 하길 원한다. 예측하지 못한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은 예측하지 못한 손실을 입을 수도 있다는 의미이다. 기대하지 않았던 횡재를 꿈꾸는 것보다는 예상되는 손실을 최소화하면서 합리적 경영에 따른 성과를 얻는 것이 건강한 기업경영이고 국가 경제의 건전성이 높아지는 길이다.

지난 2000년대 초반과 같은 풍요로운 시대는 앞으로 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는 경제학자와 기업인들이 늘어나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산업현장의 많은 기업들이 당장 내년의 경영계획을 세우지 못해 손을 놓고 있을 정도로 우리 경제의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기업경영이 100% 예측가능할 리는 없지만 적어도 투자를 하거나 한 해의 경영목표를 세우고 달성하기 위한 계획이 있어야 하는데 한치 앞도 내다보기 힘들 정도로 예측 불가능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요즘 심각한 문제로 떠오른 키코(KIKO) 피해의 경우만 보더라도 그렇다. 많은 기업들이 지난해 계약을 체결할 당시에는 대외무역수지가 흑자였고 외환보유고는 세계 4위로 탄탄했으며 환율이 800원대까지 내려갈 것으로 예측됐지만 지금은 환율이 1400원대로 치솟았고 장롱 속 달러까지 내놓아야 할 정도로 상황이 급변했다.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이 불과 1년도 안 되는 기간 동안 2배 이상 치솟고 2,000포인트를 향해 나아가던 주가는 반토막이 날 정도로 불안정한 지금의 경제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국가적인 대비책이 있어야 한다.

지금은 기업경영을 하는 것이 밤길을 걷는 것처럼 조심스러운 시기이기도 하지만 오히려 이런 때일수록 용기를 가져야 하고 과감한 결단력이 필요하다. 특히 기업 경영주와 근로자가 힘을 모아 자기 회사가 보유한 특유의 장점을 극대화해서 역경극복지수를 높일 수 있는 '특성경영'에 나서야 할 것이다. 그리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자신이 처한 여러 가지 불우한 상황을 이겨내고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 된 것처럼 우리 국민들도 '담대한 희망'을 잃지 않고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신념을 가져야 한다.

정부와 지자체, 연구소 등의 공신력 있는 기관들은 국제투기자본의 동향을 상시 파악하고 분석하며 우리 경제에 닥치게 될 각종 위험을 곧바로 기업에 알리는 경보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대외의존도가 70%에 이르는 우리 경제의 구조적 특성상 대외변수 동향을 살피고 예측하며 대비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혹자는 경제를 심리게임이라고 한다. 우리 경제가 나아질 것이란 기대심리가 커지면 투자와 소비가 활성화되고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내는 데 앞으로 더 나빠질 것이란 불안심리가 커지면 투자와 소비를 위축시키는 악순환을 만든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기대심리를 충족시키거나 불안감을 잠재울 수 있는 것은 경제의 불확실성을 없애는 것, 예측 가능한 경제를 만드는 것이라는 점을 명심하자.

이재하 삼보모토스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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