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데스크칼럼] 지도자부터 살리자

한국 육상 발전 계획은 '장밋빛'/일선에 선 지도자 처우 개선부터

대학교 졸업 학력에, 한 분야에서 10년 이상의 경력을 가졌다면 대개 조직의 관리자로 들어서는 때다. 기업체 직원이거나 공무원이라면 이곳저곳의 업체 혹은 부서에서 스카우트 대상이 될 만도 한 시기다. 대우도 어디서든 중견 대접을 받는다.

우리 사회의 일반적인 모습이다. 하지만 모두가 그런 건 아니다. 다음의 경우를 보자.

4년제 대학교 졸업에다 경력 10년 이상의 전문 역량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평균 월급여는 130만 원(110만~150만 원 사이. 각 시도의 관련 예산에 따라 조금씩 다르고 체육고등학교의 경우 이보다 조금 많다), 보너스 0(제로)에 수당도 거의 없고 승진은 전혀 없다. 퇴직금과 4대 보험료까지 월급에서 떼어내 실제로 받는 임금은 100만 원을 조금 넘기는 수준이고 게다가 1년 단위로 고용계약을 연장해야 하는 비정규직(일용직)….

누구 이야기일까? 주인공은 대구시교육청 예산으로 각급 학교에서 꿈나무들을 가르치고 있는 육상 전임코치들이다.(사실은 다른 비인기종목의 전임코치들 대부분이 여기에 해당된다) 불과 며칠 전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012년까지 3천900억 원을 들여 대대적인 육상 발전에 나선다고 발표한 터라 이런 대우가 사실일까 싶기도 하다.

이번 '한국 육상 발전 계획'에 따르면 2011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와 2012년 런던올림픽 육상 종목에서 1개 이상의 메달을 따낼 것이고, 2011년까지 세계 10위권 육상종목 10개도 나오게 된다. 학교 육상 활성화에도 예산을 지원, 우레탄 운동장 조성 등 인프라 확충에도 힘쓰겠단다.

하지만 이 역시 장밋빛이다. 학교 육상을 활성화시키겠다면서도 학교 육상의 현실을 몰라도 너무 모르고 있어서다. 육상인구 저변확대에 제일 큰 역할을 맡아야 할 코치들이 사실은 저임금에,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는데 학교 육상이 활성화될 수 있을까?

한국 육상을 속속들이 한번 들여다보자. 육상의 세계기록은 대회가 열리기만 하면 매번 새롭게 세워진다. 하지만 유독 한국의 육상기록은 수십 년째 제자리다. 100m의 경우만 보더라도 1979년 서말구가 세운 10초 34가 29년 동안 한국기록으로 남아있다. 그나마 베이징올림픽에서 9초 69로 세계기록을 갈아치운 자메이카의 우사인 볼트와는 0.65초 차이다. 육상의 다른 종목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세계기록과는 비슷한 격차를 보인다.

문제는 이 격차를 어떻게 빠른 시간 내에 줄여 나가는가 하는 것이다. 해답은 초'중'고교에서 육상 꿈나무를 길러내는 지도자에 달렸다. 지금 학교육상은 전담코치들이 눈앞의 단기적인 성적에 목을 맬 수밖에 없도록 되어 있다. 저임금, 고용불안 아래에서는 장기적인 계획에 따라 유망주들을 길러낼 만한 여유가 없는 것이다. 1년마다 재계약을 해야 하고 당장의 수당을 따내야 하기 때문에 코치들로서는 올해의 성적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이 추천하는 우수 해외지도자를 초청한다고 했다. 하지만 장기계획에 따라 차근차근 기본을 다져 놓아야 해외지도자를 초청해도 효과를 볼 수 있는 것 아닐까.

각종 인기 스포츠에 묻혀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지난달 21일 이들이 중심이 된 '한국엘리트스포츠지도자연합회' 출범식이 국회에서 있었다. 육상코치를 포함해 이 행사에 참석하고 돌아온 대구경북 지역 학교체육의 각 종목 지도자들은 목소리를 높였다.

"아이 둘을 키우기가 빠듯합니다. 언제까지 코치를 계속해야 할지 걱정입니다."(A고등학교 육상부 코치)

'D-1000일.' 지난 11월 30일은 2011년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딱 1천일을 남겨둔 시점이었다. 대구시와 2011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조직위원회는 이날에 맞춰 대회 개최 카운트다운 전광판 점등식을 여는 등 잔치 분위기였다. 정부가 3천900억 원을 육상진흥에 투자하겠다고 발표한 것도 이 시기에 맞췄다. 3천900억 원은 적은 금액이 아니다. 그럼에도 초'중'고 육상 지도자 처우 개선에 대한 언급은 없다. 지금은 지도자를 키울 때다. 지도자가 살아야 한국육상도 살아난다. 문화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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