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내년 취업 '사상 최악' 예고

내년 국내 경제가 최악으로 예측되고 있는 가운데 공공·민간의 일자리 시장도 사상 최악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공공부문 경우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인턴직원을 뽑아서라도 채용인력을 예년 수준으로 유지하라고 권고하지만 지자체는 '절반도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사기업의 경우 내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2%대에 머물 것이라는 전망에 따라 구조조정에 잇따라 착수, 마이너스 고용률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공무원 채용문 훨씬 좁아진다=대구시와 각 구군은 내년도 7~9급 공무원 신규채용 인력이 지난해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시 김주한 인사담당은 "정부에서는 구직난을 해소하기 위해 공공부문의 채용문을 넓혀달라고 주문하고 있지만 이는 지자체 실정과 동떨어져 있다"고 말했다.

시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열린 각 시도 행정자치국장 회의에서 행정안전부가 '적어도 지자체별로 200여명을 채용해달라'며 '1년 단위 인턴 채용도 적극 고려하라'고 권고했다. 200여명은 최근 10년간 정부가 추산한 각 지자체 평균 채용인력이다.

시는 그러나 이런 권고를 수용하기가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시의 한 관계자는 "행안부 권고안을 들고 각 구·군청에 내년도 필요인력을 물었더니 통틀어 기술직 10여명에 불과했다"며 "작은정부를 만들라고 할 때는 언제고 이제는 공무원 수를 늘리라고 하느냐"고 했다.

특히 대구시와 구군의 경우 올해 뽑은 178명이 지금까지 발령을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신규 인력을 채용하는 것은 무리라는 입장이다.

대구시와 구군은 지난 2000년 60명을 뽑은 것을 제외하고는 2005년 450명, 올해 222명 등 연평균 210명을 뽑아왔다. 시 관계자는 "행안부안을 전부 수용하기는 어렵고 40~50% 선에서 인력 채용 규모를 정해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경북도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경북은 내년도 공무원 신규 채용 규모를 예년의 평균 채용 인원인 540명의 40% 선에도 못미치는 214명 선으로 잠정 결정했다. 경상북도 관계자는 "지난해와 올해, 공무원시험에 합격하고도 발령을 받지 못한 인원이 640명에 이르는데다 구조조정으로 수요가 줄어들면서 채용 규모를 줄일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행정안전부 집계 결과, 내년 국가공무원의 채용인원은 3천200명으로 올해 4천868명에 비해 1천600여명이 줄어들고 지방공무원 채용인원은 전국적으로 9천300명에서 4천100여명으로 급감하는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채용: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기=경제 전반에 걸쳐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서 내년 봄이 되면 실업 대란이 닥칠 것이라는 예고가 점점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기존 일자리마저 줄어드는 상황에 새 일자리가 생겨날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신의 직장'으로 불리던 공기업과 준정부기관 등 30개 공공기관에 취업하기는 이제 하늘의 별따기보다 어렵게 됐다. 한국농촌공사는 정원의 15%를 감축한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으며, 한국전력도 올해 예정됐던 신규채용 계획을 취소하는 등 일자리 감소가 계속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명박 정부가 고강도의 구조조정을 계속 독려하는 상황이라 당분간 공기업 등에 입사하기는 아예 꿈조차 꾸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자동차 업계가 잇따라 감산에 들어갔고 일부 회사는 아예 경영이 정상화할 때까지 내년도 신규 채용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하는 등 대기업에서도 취업문을 줄이겠다는 '경보음'이 계속 들려오고 있다.

미국발 금융위기로 가장 고전하고 있는 금융권에서는 내년도 신규 채용이 거의 없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경영 여건 악화로 내년에는 점포 통폐합과 본점 조직 축소 등 구조조정 작업을 진행해야 하는 상황에서 신규 채용을 할 여력이 되는 은행이 얼마나 되겠냐는 것이다.

오는 2월 졸업을 앞둔 대학생 박모(28)씨는 "아직까지 일자리를 찾지 못해 마음이 졸아붙고 있는 상황인데 들려오는 소식은 죄다 감원·구조조정·채용 축소 등의 소식밖에 없어 무엇을 어떻해 해야할지 모르겠다"며 "제2의 IMF학번이 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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