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여기까지 왜 왔나" 구미 한나라 최고위원회의 '맹탕회의'

"이렇게 할 것이라면 무엇하러 구미까지 내려와 최고위원회의를 한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4일 구미에서 열린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의 현장회의에 박희태 대표를 비롯한 핵심 당직자들이 대부분 불참, 반쪽짜리 회의로 전락한 데 대한 지역의 반응들이다.

박 대표를 비롯해 홍준표 원내대표와 정몽준·공성진·송광호 최고위원 등 5명의 고위 당직자들이 이런저런 사정으로 불참한 것이다. 7명의 최고위원 중 허태열·박순자·박재순 최고위원 등 3명만이 참석했다. 따라서 최고위원 서열 3위인 허태열 최고위원이 회의를 주재할 수밖에 없었다.

임태희 정책위의장과 최경환 수석정조위원장도 당내 사정으로 불참했다. 당 3역 가운데 안경률 사무총장만 참석했다. 이 때문에 지역민들은 "당내 핵심 실세들이 모두 빠진 회의를 무엇하러 개최하나"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불참 이유도 각양각색이었다.

박 대표는 감기몸살로 불참했다. 김효재 대표 비서실장은 "3일 저녁부터 갑자기 감기몸살로 부득이 참석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정 최고위원은 당내 한미비전특위 위원장 자격으로 미국을 방문 중이어서 불참했다. 홍준표 원내대표는 내년도 예산안 처리 문제로 처음부터 참석 대상에서 제외됐다. 공성진 최고위원은 개인적인 사정으로 불참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박 대표의 불참에 대해 지역민들은 상당히 불쾌하다는 반응이다. 서울 구로디지털단지와 창원에서 열린 현장 최고회의에는 참석해 놓고 구미 회의에 불참한 것은 대구경북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때문이 아니냐는 것이다.

특히 임태희 정책위의장의 불참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비판도 나온다. 오는 8일 정부의 지방발전종합대책 발표를 앞두고 지방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해 정책조율에 나서야 할 정책위의장이 불참한 것은 한나라당이 지방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그대로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구미가 지역구인 김성조 의원도 "모양새가 좋지 않다"며 섭섭함을 감추지 못했다. 지역에서는 이번 여당의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통해 수도권투자 전면허용으로 더욱 피폐해지는 지방경제의 실상을 제대로 전달하겠다는 계획이었지만 핵심 당직자들이 대거 빠지면서 한나라당에 대한 불만이 커지는 분위기다.

특히 민주당이 지난달 19일 구미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열었을 때는 정세균 대표를 비롯해 주요 당직자들이 참석한 것과 비교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지역 정치권에서는 "한나라당의 전통적인 지지 기반인 구미가 민주당보다 한나라당한테서 더 대접을 못 받고 있다"는 평이 많이 나왔다.

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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