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필귀정] 대학도 허리띠 더욱 졸라매야

조직마다 구조조정'생존 몸부림/과감한 혁신과 군살빼기 나서길

전국 414개 대학의 등록금이 대학정보공시 사이트인 '대학 알리미'를 통해 공개됐다. 그동안 소수만이 독점하던 정보를 모든 국민들이 알 수 있게 되었으니 반길 일이다. 내가, 혹은 내 자녀가 다닐 대학의 등록금이 다른 대학에 비해 싼지 비싼지를 가늠해 볼 수 있게 되었으니 학교 선택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이를 통해 등록금이 비싼 대학의 랭킹이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등록금이 가장 비싼 대학은 이화여대로 880만7천 원이었다. 2위는 숙명여대 868만2천 원, 3위는 연세대 865만1천 원 순이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문제는 랭킹이 아니었다. 이미 오를 만큼 오른 등록금은 몇몇 대학을 제외하고는 五十步百步(오십보백보)였다. 등록금 정보 공개는 그동안 등록금이 지나치게 올랐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케 해 줬을 따름이다.

한때 대학을 牛骨塔(우골탑)이라 부르던 시절이 있었다. 농촌에서 소를 팔아 자식을 대학에 보내던 시절의 이야기다. 당시 소는 노동력의 상징이자 부의 상징이기도 했다. 부모들은 그 소를 기꺼이 내다 팔아 자식 뒷바라지를 했다. 대학은 그 소를 판 돈을 모아 건물을 세웠으니 이른바 우골탑이다. 요즘 같아서는 소 한 마리로는 어림도 없다. 소 한 마리 값은 400만 원 남짓하다. 웬만한 대학의 1년치 등록금이 800만 원을 훌쩍 넘겼으니 소 한 마리로는 1년치 등록금은커녕 한 학기 등록금도 마련할 수가 없다.

그래서 요즘 대학은 우골탑이 아니라 人骨塔(인골탑), 母骨塔(모골탑)이라 한다. 천문학적인 대학 등록금을 대기 위해 부모가 뼈 빠지게 일을 해야 한다고 해서 인골탑이요, 어머니가 뒤늦게 취업전선에라도 뛰어들어 학비를 벌어야 한다는 의미에서 모골탑이다.

그렇게 해도 대다수 가정이 학비의 수렁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통계청에서 내놓은 우리나라 가구당 월평균 가계 수지를 보면 지난 2/4분기 40대 가장 부부의 합산 근로소득은 월 219만 원, 연간 2천600여만 원에 불과하다. 이 소득으로는 자녀 1명 대학 보내기도 벅차다. 하물며 2명이 되면 계산이 안 나온다.

때마침 대학들이 잇따라 등록금 동결을 선언하고 있다. 그런데 왠지 부족하다. 그동안 대학 등록금이 너무 올랐기 때문이다. 올해 국공립대의 등록금 인상률은 8.6%, 사립대는 6.7%였다. 지난해 평균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2.5%였으니 대학 등록금 인상률은 이를 몇 배나 웃돌았던 셈이다. 지난 2003년부터 2007년까지 국공립대 등록금은 매년 7.3~10.2%씩 올랐다. 사립대도 5.1~6.7%씩 올랐다. 같은 기간 물가 상승률 2.2~3.6%를 고려하면 대학 등록금은 홀로 달음박질한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나라 대학 교육의 질이 같은 비율로 높아졌다는 징후는 없다. 올해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이 발표한 '2008년 세계 경쟁력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가경쟁력은 조사 대상 55개국 중 31위였으나 대학경쟁력은 53위였다. 우리 대학은 경쟁력이 떨어지는 이유로 재정 상태를 든다. 정부 지원이 적다는 것이다. 하지만 등록금이 해마다 큰 폭으로 오르면서 대학들의 누적 적립금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올 초 이뤄진 한 조사에 따르면 155개 대학의 누적 적립금은 2006년 현재 6조8천503억 원에 이른다. 대학 등록금이 본격적으로 오르기 시작한 2003~2006년 사이 누적 적립금 증가율은 31.9%에 달했다. 대학들은 경쟁력이 떨어지는 이유로 재정을 탓하지만 재정 탓만은 아니라는 반증이다. 이미 우리나라 등록금은 미국과 일본에 이어 세계 3위 수준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등록금을 받으면서 정부만을 바라보고 있는 것은 사리에 어긋난다.

그래서 등록금을 동결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대학은 허리띠를 더욱 졸라매야 한다. 조직마다 구조조정, 임금 동결 및 삭감 등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 한창이다. 대학도 조직 슬림화에 나서야 한다. 과감한 혁신을 통해 등록금을 인하할 여지는 없는지 살펴야 한다.

정창룡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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