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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위원장이 대표이사로…㈜벡셀 김욱현 대표 '화제'

▲ 노조위원장에서 사장으로 전격 취임한 SM그룹 ㈜벡셀 김욱현 대표이사. 이창희기자
▲ 노조위원장에서 사장으로 전격 취임한 SM그룹 ㈜벡셀 김욱현 대표이사. 이창희기자

노조위원장이 회사 대표이사로 취임, 업계와 노동계 모두의 관심을 받고 있다. 일본에서는 노조위원장 출신이 회사 대표이사로 간혹 취임하기도 하지만 국내에선 처음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구미공단에 본사를 둔 축전지·일차전지 생산업체인 SM그룹 ㈜벡셀 김욱현(44) 대표이사가 그 주인공이다.

김 대표는 지난 10월 노조를 비롯한 임직원들의 전폭적인 지지 속에 2003년부터 6년 동안 맡았던 노조위원장 자리를 내놓고 회사 대표이사로 공식 취임했다. 1988년 고교 졸업 후 이 회사의 설비 작업자로 입사한 지 21년 만의 일이다. 벡셀은 국내 유일의 국산 건전지 브랜드 회사로, 현재 국내 건전지 시장 점유율 2위를 차지하고 있다.

김 대표가 실질적으로 회사를 이끈 건 지난해 2월부터. 회사가 수년간 적자를 보이는 상황에서 외부 CEO를 영입해도 뚜렷한 개선이 없자 SM그룹 우오현 회장이 노조위원장인 그를 사장으로 전격 발탁한 것.

그는 이에 보답하듯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다. 2006년 23억원의 적자에서 지난해 8억원의 흑자를 냈고, 올해도 불황과 경기침체 속에서 20억원 이상의 흑자를 예상하고 있다.

김 대표는 '회사 이익금의 3분의 1은 회사 미래를 위해 적립하고 3분의 1은 새로운 투자, 나머지는 근로자들에게 돌려준다'는 확고한 경영이념과 '뜻한 일은 반드시 이룰 수 있다'는 긍정적인 사고를 갖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4월 구미전자정보기술원과 공동으로 극저온 상태에서도 정상 작동이 가능한 특수용 리튬 이차전지팩을 국내 처음으로 개발했다. 이 팩은 국방부와 방산업체에 납품되는 한편 일본 자위대로 수출돼 향후 100억원대의 매출이 기대된다. 또 최근 살충제 등 홈케어 상품을 출시하는 등 신상품과 사업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 연말 180여명의 임직원들에게 양복 한 벌씩을 돌린 김 대표는 올 연말에도 그렇게 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노조위원장을 했기 때문에 근로자들이 뭘 원하는지를 잘 알고 있어 회사 경영에 큰 도움이 된다"며 "인건비를 깎아서 흑자를 낼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사장이 됐지만 급여가 조금 오른 것 외에 달라진 건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장용 승용차를 지급받았지만 직접 운전한다. 많은 선배가 부하 직원으로 변했지만 여전히 선배로 대접하고 있다. 그는 회사를 다니면서 구미1대학 마케팅경영학과를 졸업한 학구파이기도 하다.

구미·이창희기자 lch888@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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