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 한나라 지도부 불참 '대실망'

4일 구미 산업단지공단 본부에서 열린 한나라당의 현장 최고위원회의는 한마디로 생색내기용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이날 회의는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지방 경제회생 대책을 마련하겠다며 예산안 처리 등 긴박한 각종 현안을 뒤로한 채 가진 자리였다.

그러나 박희태 대표를 비롯한 핵심 당직자 대부분이 불참했다. 집권여당의 대표 등 지도부를 한자리에서 만나 기업 현장의 고통을 호소하고 위기 탈출방안에 대한 시원한 답변도 기대했던 구미지역 기업체 대표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한 기업체 대표는 지난달 19일 민주당이 구미에서 최고위원회의를 개최하면서 정세균 대표 등 지도부가 대거 참석한 것을 떠올리며 "구미는 한나라당의 전통적인 지지 기반이다. 각종 선거 때마다 한나라당에 표를 몰아줬는데 민주당보다 더 대접을 받지 못하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말했다.

더 실망스러운 것은 참석한 인사들 대다수가 중간에 자리를 뜨거나 침묵으로 일관했다는 점이다. 군위 출신으로 대구경북을 위해 할 일이 있으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던 박순자 최고위원은 오후 2시쯤 "중앙에 긴급한 회의가 있다"며 가버렸다. 다른 참석자 대부분도 시간에 쫓겨 건성으로 보고를 듣는 모습이었다. 회의가 끝날 때까지 한마디 하지 않고 자리만 지킨 국회의원도 수두룩했다.

지방 기업은 지금 죽느냐 사느냐의 기로에 서 있다. 국가 경영을 책임지고 있는 집권여당 국회의원들이 이 같은 절체절명의 위기의 순간에 한가롭게 갈비탕 한 그릇 비우기 위해 구미까지 내려온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이날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는 긴장감도 진지함도 보이지 않았다. 이렇게 하면서 다음 선거에서 한나라당은 또 표를 달라고 할 것이다. 구미 사람들이 어떤 선택을 할지 궁금해진다.

구미·정창구기자 jungc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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