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건평 씨 사건이 농협 개혁이란 숙제를 다시 도마 위로 밀어 올려놨다. 우리 농업 발전에 절대 필요한 과제이면서도 무슨 비리 사건이 터질 때마다 입으로만 들먹이다 만 일이다. 이명박 대통령도 어제 "농민은 다 죽어 가는데 그들을 위해 온 머리를 다 써야 할 간부들은 정치한다고 왔다갔다하면서 이권에나 개입하고 있다"는 말로 농협 난맥상의 일단을 힐난했다.
이번 사건으로 불거진 것에는 물론 농협 지배구조상의 문제 등 운용 기술적 결함도 있다. 하지만 우리 농협이 그렇게 된 근본 원인은 보다 깊은 데 있다. 농민의 조직이자 농민을 위한 조직이어야 할 농협이 농민을 잊은 게 그것이다. 더 잘 생산하고 더 잘 판매하도록 농업 활동 자체를 이끄는 데 주력해야 할 농협이 그 존재 이유 자체를 망각한 결과다. 그 대신 돈놀이와 장사를 주력 삼아 버린 병통이 그 뿌리에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탈선을 이기고 정체성을 회복하려면 농민 자신들에게 최고 지휘관을 맡기는 게 좋으려나 했으나 그마저 허사였다. 중앙회장을 직선으로 뽑기 시작한 지 20년이 지났지만 초대부터 3대 회장까지 예외 없이 비리를 저질렀다. 작년 연말 뽑힌 경북 출신의 4대 최원병 회장이 뼈를 깎는 농협 개혁을 공약으로 내세운 것은 그래서였을 것이다. 하지만 일 년이 지난 지금까지 눈에 띄는 성과는 못 냈다. 대통령의 질책이 있고서야 부랴부랴 개혁안을 낸 게 오히려 우스꽝스러워 보일 지경이다.
노 씨 사건은 농협 개혁에 좋은 계기를 제공하고 있다. 대통령으로 하여금 큰 관심을 갖게 만든 것이 역설적으로 성과다. 마침 현 중앙회장이 대통령과 뜻이 통할 수 있는 고등학교 선후배 사이이니 여건도 좋아 보인다. 제대로 된 농협 개혁, 이제 정부가 국가 경영 차원에서 밀어붙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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