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말 한마디에 울고 웃은 '올해의 말·말·말'

한 해가 저물어 간다. 마지막 한 장 남은 달력도 새 달력에 자리를 내주고 있다. 정권 교체, 고유가·고물가 대란, 종합부동산세 폐지 논란, 세계경제위기 등 올 한 해도 격동은 끊이지 않았다. 국민들은 논란의 당사자들이 던진 말 한마디에 울고 웃었다. 2008년 무자(戊子)년 쥐띠 해를 지내는 동안 국민들의 입에 오르내린 말들을 살펴본다.

◆李, 끊이지 않는 논란

올 한 해의 최대 뉴스는 10년만에 불어닥친 경제위기다. 잇따라 닥친 악재에 국민의 귀는 단연코 대통령과 경제수장의 발언 하나하나에 쏠렸다. 위기를 넘어설 특별한 대처를 기대했지만 결과는 아직까지 실망스럽다. 오히려 두 사람의 말 실수가 잦아지면서 "입이 너무 가볍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이명박 대통령은 방미 중이던 지난달 24일(한국시각 25일) 로스앤젤레스에서 가진 동포리셉션에서 "지금 주식을 사면 1년 내 부자가 된다"고 말했다가 구설에 올랐다. 귀국하는 특별기내에서는 "BIS 비율로 생기는 문제에 대해 우리가 (국제사회에) 제안하려고 한다"고 했다가 '경제전문가들도 입조심하는 요즘 상황에서 대통령으로서 적절치 못한 발언'이란 지적을 받았다.

멜라민 파동이 한창이던 지난 9월 26일 식품의약품안전청 점검 방문에서는 스타일을 구겼다. "멜라민은 인체에 유해한 성분이라 배출되면 안 되는 것"이라는 식약청장의 설명에 "(성분첨가표에 표시가) 안돼 있으면 (국민들이) 모르잖아요"라며 엉뚱한 소리를 했기 때문이다.

◆萬, 시장의 신뢰 상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어록은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종합부동산세 폐지와 관련해 그는 지난달 6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헌재와 접촉했지만 확실한 전망은 알 수 없다" "일부 위헌 판결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했다가 야당의 강력한 반발을 샀다. 9월 23일 국회 예산결산특위에서는 "서민에게 대못을 박으면 안되고 고소득층에게 대못 박는 건 괜찮으냐!"고 했다. 그 다음날에는 "집없는 사람에게 그린벨트는 분노의 숲이다" "그린벨트나 환경 문제는 후손들이 걱정할 일이니 우리들은 생각할 필요가 없다"는 답변을 했다. 8월 11일 국회 민생특별위에선 "양극화는 시대의 트렌드"라며 "세금으로 해소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해 따가운 눈총을 받았다.

'환율 주권론'을 표방하며 집권 초기 고환율 정책을 유지한 것으로 알려진 데에는 변명을 쏟아냈다. "환율이 올라간 것과 고환율 정책을 쓴 것은 전혀 개념이 다르다"며 "오히려 우리는 실제로 저환율 정책을 쓴 것"(8월 한 월간지 인터뷰)이라고 강변했다. "나는 외환위기가 발생했을 때 이를 수습하러 간 사람"(7월 23일 국회 긴급현안질의)이라며 책임을 미루기도 했다. "오해다. 나는 고환율주의자도, 저환율주의자도 아니며 환율은 어디까지나 펀더멘탈에 따라야 하는 것"(9월 23일 한국선진화포럼 월례토론회)이라는 발언도 남겼다.

◆국민을 웃기고 울린 말들

정치인들의 말 실수 도미노는 대통령직 인수위 시절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오렌지' 달라고 하니까 아무도 못 알아듣고 '어린쥐'라고 하니까 갖다줘요"라는 이경숙 인수위원장의 말에 국민들은 실소를 금치 못했다. "자연의 일부인 땅을 사랑하는 것일 뿐 투기와는 전혀 상관없다"(박은경 전 환경부 장관 후보자), "사실은 (4천만원짜리) 싸구려 골프 회원권"(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 등의 장관후보자들의 말도 조롱을 받았다.

청주지법 형사11부는 20일 '성폭행한 죄는 무겁지만 키워준 은혜가 있다'는 취지로 지적장애 소녀를 성폭행한 할아버지와 큰아버지, 작은아버지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해 네티즌들의 집중포화를 맞았다. 일부 네티즌들은 욕을 섞어가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인터넷 도박 혐의로 검찰 소환 조사를 받은 방송인 강병규씨는 처음 "도박을 할 줄도 모른다"고 부인하다가 조사 후 "인터넷 도박이 불법인 줄 몰랐다"고 해 공분을 샀다.

정부의 수도권규제완화를 둘러싼 논란도 논쟁거리였다. 서울시장과 경기도지사가 이를 '시대 추세'라며 옹호하자 비수도권 시장·도지사들이 발끈했다. 박성효 대전시장은 이에 대해 "지금은 장남 혼자 잘 살면 집안이 풍비박산이 난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그러나 보름동안이나마 온 국민을 행복하게 했던 베이징올림픽에선 희망이 쏟아졌다. 올림픽 야구 사상 첫 금메달을 딴 뒤 김경문 감독은 "야구를 그만해도 후회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서 그만해도 좋을 것 같았다. 하늘을 날아가는 것 같았다"라며 감동을 전했다. 우승의 주역 이승엽 선수는 "고교 팀이 60개인 나라에서 금메달을 땄다는 건 대단하다"며 뼈 있는 소감을 남겼다.

조문호기자 news119@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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