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살아가는 이야기)조개탄에 구워먹었던 달콤한 고구마

우리 어릴 적 산골마을에선 어쩜 그리도 추웠는지 문고리에 손이 닿기만 하면 짝짝 얼어붙곤 했었다. 벌써 몇십 년 전 초등학교 다닐 땐 겨울이면 학교 뒷마당에 트럭으로 한가득 조개탄을 싣고 와서 쏟아 부어 놓으면 겨울 내내 난로 불에 더러 고구마도 구워먹을 수 있겠다 싶어서 참 기분이 좋았었다.

조개탄을 피우려면 불쏘시개로 쓸 땔감이 필요해서 가끔 체육시간에 선생님과 땔감을 준비한다는 핑계로 산에 올라 산토끼 몰이 사냥하느라고 이리 뛰고 저리 뛰고 놀란 토끼가 우왕좌왕할 때 덮쳐서 잡았을 땐 우리 모두 개선장군처럼 돌아오곤 했었다. 물론 그 산토끼는 선생님들의 저녁 술안주감이 되었다.

산골 학교가 살림이 팍팍해서 기온이 영하로 떨어질 때만 피우라는 교장선생님의 엄명으로 바께쓰에 하나 가득 조개탄을 담아 주신 적이 없었다. 그래도 난로 피우는 날은 양은 도시락 불 위에 올려놓고 수업시간 중 수시로 뒤바꿔 가며 고루고루 데워지도록 배려해 주시던 선생님과 쉬는 시간 고구마 불에 넣었다가 미처 꺼내지도 못하고 수업시작 종이 울리면 한참 수업 중에 고구마 익는 냄새가 온 교실로 퍼지고 선생님과 나눠 먹으며 공부 반 잡담 반, 그래도 그 시절이 참으로 따뜻했었다.

박연옥(대구 달서구 죽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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