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단발머리·짙은 화장·명품 명함…불황 新풍속도

불황이 낳은 '연말 이색 풍속도'

불황이 서민들 생활스타일마저 바꾸고 있다. 여성들 사이에 단발머리가 유행하고 염색도 하지 않는다. 미용비를 아끼기 위해서다. 반대로 영업실적을 올리려는 세일즈맨의 명함 주문이 느는가 하면 튀는 화장품을 선호하는 경향도 있다.

박수진(30·여)씨는 3년간 어깨 아래까지 길렀던 머리카락을 지난주에 싹둑 잘랐다. 짙은 갈색으로 물들였던 머리카락도 그대로 내버려 뒀다. 그녀가 수년간 고집해온 머리모양을 바꾼 이유는 하나. 치장하는 돈을 줄여보자는 생각에서다. 박씨는 "긴 머리를 관리하려면 한달에 몇번씩 미장원에 가야 하고 10만원 이상 들었다"고 했다.

중구의 한 미용실 이완희(34) 실장은 "경기가 나빠지면서 단발머리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며 "단발 파마는 일반 파마에 비해 2, 3배 이상 지속되고 손질도 간편해 여성들로부터 인기"라고 했다.

불경기 활황 산업도 있다. 화장을 더욱 짙게 하고 톡톡 튀는 명함으로 자신을 더욱 강하게 어필하기 위해서다.

통계청 10월 소매판매액 통계에 따르면 '화장품 및 비누' 판매액은 올해 6∼10월 5개월 연속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두자릿수 이상 증가율을 보였다. 중구 동성로에서 화장품 가게를 운영하는 박모(43·여)씨는 "요즘 부쩍 튀는 화장품을 찾는 여성들이 늘었다"며 "비용 대비 효과가 큰 빨간 립스틱이 최고 인기상품"이라고 했다.

고가 명함도 뜨고 있다. 주로 보험, 부동산업계 종사자 등 영업 최일선에 있는 이들이 명함 물량 공세를 펴고 있기 때문. 장당 1천원짜리 명품 명함도 인기다.

명함 전문 인쇄점 박모(45·대구 중구) 사장은 "얼굴을 새기거나 금색 수입지, 투명 플라스틱 명함 등 고가 명함 주문이 많다"며 "주문량이 보통 때보다 30% 늘었다"고 했다.

내년에는 불황의 터널을 빠져나오자는 염원은 달력 디자인도 바꿔놓고 있다. 동아백화점은 원색 계통으로 디자인한 고객용 달력을 내놓았다. 백화점 관계자는 "노란색 같은 원색으로 지역의 경기 침체를 하루빨리 벗어나자는 희망적 메시지와 시민들에게 따스함을 줄 수 있는 취지로 제작했다"고 말했다.

펀드 여파 탓인지 반토막을 싫어하는 사람도 많다. 칠성시장 생선가게의 상인은 "요즘 주부들은 반토막을 내면 재수가 없다며 온전한 생선을 사간다"고 했다.

임상준기자 zzu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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