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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노트] 주민 눈치에 휘둘리는 '위원회'

4일 성주군청 상황실에서 연말 준공예정인 저수지 명칭변경을 위한 위원회가 열렸다. 현재 사용중인 지역명을 딴 '작촌지'가 인근에 있는 세종대왕자태실과 신선사 등 문화유산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게 명칭변경을 추진한 이유다. 기자도 위원의 한 사람으로 참석했다.

군이 지역 주민·사회단체 의견을 수렴해 제출한 '세종지', '인촌지' 등 8개 안을 놓고 16명의 위원이 투표를 했다. 1차투표에서 문화·역사성을 강조한 '세종지'와 마을 이름인 '인촌지' 등 2개 안이 선정됐다. 이어 2차투표에서 최다 득표(8표)를 받은 '세종지'가 저수지 이름으로 최종 결정됐다.

그런데 주민대표로 참석한 이장이 자신들이 추천한 마을지명을 딴 '인촌지'가 지명되지 못하자 항의하고 나선 것. 주민들이 뽑은 지명에 따르지 않고 다른 이름을 지은 것에 대해 동의하지 못한다며 자리를 박차고 나가며 집단행동도 불사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군에서 마을에 이름을 지어달라고 해 주민의견 수렴을 거쳐 제출했는데 여기서 다시 투표해 지명을 변경하는 처사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고 항변했다. 고성이 오가는 등 소란스런 분위기가 있었지만 위원장인 군수가 '세종지'로 결정하고 의사봉을 두드렸다.

문제는 마을 주민의 반발 후 위원회가 재소집돼 마을주민들이 제안한 '인촌지'로 결정을 번복한 것. 정상적인 절차를 거쳐 확정해 놓은 것을 일부 위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결정적인 하자도 없는 것을 뒤집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졌다.

애초 저수지 명칭에 대한 심의위원회는 법상 필요한 제도가 아니다. 공무원과 의회, 학계·문화계·언론계 관계자들로 위원회를 구성하고는 주민대표 한마디에 뒤집히면 이런 심의회를 왜 여는지 모르겠다. 만일 또 '세종지'를 주장한 쪽에서 반대하면 다시 뒤집을 것인지 궁금하다. 미숙한 일처리와 주민의 눈치에 휘둘리는 성주군이 한심할 따름이다.

박용우기자 yw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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