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관리공단 김병문(48) 신재생에너지센터 소장은 못하는 게 없다. 찜질방 설계와 마늘 까는 기계 제조에서부터 항공기 프로펠러 표면처리와 포스코 주요 설비 설계까지 다방면에 재주가 있다. 전자기타는 25년간 다뤘고 초상화 그리는 수준도 꽤 높다. 특허도 6개 출원해 4개나 등록했다.
그의 재주는 호기심에서 나온다. 의성이 고향인 그는 어릴 때부터 궁금한 것은 참지 못했고, 만들고 부수는 일이 그렇게 재미있었다고 한다. 학원의 칠판닦이 아르바이트를 자청했고, 자전거방 아르바이트로 펑크 때우는 방법도 익혔다.
경북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한 그의 '진짜' 전공은 열에너지시스템공학이다. 자동차엔진 연구로 석사를, 일본 규슈대학에서 항공기 엔진의 난류를 연구해 공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일본 기능물질과학연구소에서 레이저계측 분야 공무원으로 일하기도 했다. 자전거에서 자동차, 항공기, 레이저로 이어지니 잠수함이나 우주선이라고 만들지 못하란 법도 없을 듯하다.
자유분방한 성격으로 노타이에 스포츠재킷을 걸친 자유로운 복장의 김 소장이 정작 자신하는 분야는 만들기보다 기획이다. 경북전략산업기획단에서 몇 년간 일하며 찾아낸 재능이다. "기획단에서 많이 배웠습니다. 책상에 앉아만 있었다면 몰랐을 일을 현장에서 많이 배웠어요. 기획해서 정부 예산을 따내고 프로젝트를 성사시키는 것은 누구에게도 지지않을 자신이 있습니다." 실제 영천 하이브리드부품 기술혁신센터는 그의 손에서 모든 게 이뤄졌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한다.
"연구는 어떻게 하고, 어떤 사람을 만나고, 특허는 어떻게 내느냐 등 기업 애로 컨설팅을 많이 했는 데 그걸 풀어쓰면 기획이 됩니다. 5+2광역경제권 구상을 구체화하는 계획을 짜라 해도 자신 있습니다."
김 소장의 이런 기획력은 올 초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빛을 발했다. 기후변화에너지대책 태스크포스 팀에서 일한 그는 튀는 아이디어와 기획력, 능수능란한 문서 다루기 능력으로 주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신재생에너지 관련 백서를 제가 만들었습니다. 우리나라와 세계의 에너지 흐름을 파악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됐어요."
신재생에너지센터는 에너지관리공단의 부설기관으로 풍력 태양광 지열 소수력 등 신재생에너지를 보급하는 업무를 담당하는 핵심 기관이다. 지식경제부를 도와 '그린홈 100만호 보급 사업'도 한다. 아파트단지, 산업단지, 팬션에 태양광과 지열, 연료전지 등 신재생에너지를 사용토록 만들어 에너지를 30% 이상 줄이는 사업이다.
김 소장은 이런 신재생에너지센터를 특허청과 비슷한 기관으로 만들려는 포부를 갖고 있다. "신재생에너지하면 무조건 우리 센터를 떠올리도록 만들고 싶어요. 정보와 기술과 자금을 원스톱으로 지원하는 기관이 돼야 합니다. 일반 부품업에서 신재생에너지 부품업으로 업종 전환하려는 분에게 컨설팅 서비스도 제공하려고 합니다. 베어링 만드는 기술만 해도 풍력 쪽으로 업종 전환하면 유망하다고 봐요."
동국대 에너지환경대학에서 역학을 가르친 그는 소장으로 부임하면서 휴직하고 5일 마지막 강의를 했다. 다재다능한 김 소장도 연애에는 젬병이다. 일에 중독돼 살고, 장가들 돈으로 유학하고, 여성을 만나도 기계 얘기만 하는 통에 여자를 사귀지 못했으나 이젠 대화 상대가 그리워 장가들고 싶다고 고백(?)했다.
서울정치부장 jwchoi@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우리 아기가 태어났어요]신세계병원 덕담
"하루 32톤 사용"…윤 전 대통령 관저 수돗물 논란, 진실은?
'이재명 선거법' 전원합의체, 이례적 속도에…민주 "걱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