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월급 0원, 울고 싶어라"…영업맨 수난시대

"10월에는 한 대도 못팔아 아예 월급이 없었고 지난달에는 겨우 60만원을 가져갔어요."

김모(29)씨는 자동차를 워낙 좋아해 4년 전 안정적인 직장을 접고 자동차 영업을 시작했는데 요즘은 후회막급이라고 했다. 김씨는 "요즘 같은 경기가 몇 달만 더 지속된다면 파산할 지경"이라며 "몇 달만 더 버텨보다 다른 일자리를 알아볼까 한다"고 했다.

◆요즘도 차 사는 사람 있어요?=경제가 깊은 불황의 늪으로 빠져들면서 기업들의 영업 최일선에서는 신음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100% 성과급을 받는 일부 영업직의 경우에는 아예 임금을 한푼도 챙겨가지 못하는 '무늬만 회사원'들도 늘고 있다. 영업사원들의 생존 전략이 눈물겨울 정도다.

인맥을 통해 소개받거나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영업을 하는 자동차 영업사원 김모(35)씨는 "인터넷을 통한 상담이 거의 없어 하도 답답해 전단지라도 돌려보려고 인쇄소에 의뢰까지 했다"며 "상가를 중심으로 발품이라도 팔아야겠다"고 말했다.

잘나갈 때는 월 1천만원까지 챙겨갔다는 김씨는 지난 7월부터 차량 판매가 내리막을 걷기 시작하면서 이번달에는 생활비나 나올지 걱정이다. 김씨는 "회사 측에서 하루가 머다하고 할인가격을 내놓으니 팔아놓고도 비싸게 샀다고 욕먹는 일도 비일비재하다"며 "요즘 같으면 딱 그만두고 싶은 심정"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있는 보험도 깰 판인데=백수로 전전하다 지난해 보험설계사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강모(28)씨의 사정도 비슷하다. 강씨는 "요즘은 워낙 문전박대를 많이 당해 사람들을 만나기조차 겁난다"며 "월급이 올 초 절반 수준으로 깎였다"고 했다.

기업체를 상대로 퇴직연금과 기업단체상해보험 등을 팔고 있는 그는 지난 5일 대구 성서공단에서 기업체 4곳을 돌아다녔지만 "보험 들 돈 있으면 직원들 밀린 월급부터 주겠다"는 날선 대답만 돌아왔다. 차가운 날씨에 빈손으로 돌아설 수 없어 오후에는 염색공단으로 세일을 나섰지만 상황은 비슷했다. "사장님, 직원들 상해보험 하나 가입하시죠"라는 말 꺼내기 무섭게 "있는 보험도 깨고 싶다"는 고함소리만 쏟아졌다. 강씨는 "예전에는 한 달에 40만~50만원짜리 7, 8건에서 많으면 10건 넘게 계약을 성사시켰지만 요즘은 고작해야 소액에 5건이 어렵다"고 하소연 했다.

가정과 직장에서 지출을 줄이면서 신용카드, 정수기, 화장품, 어린이 책 등을 영업하는 이들도 '당장 굶게 생겼다'며 어려움을 하소연하기는 마찬가지다. 이들의 '고난의 나날'은 앞으로 얼마나 계속될지 가늠하기조차 힘들다. 통계청의 10월 산업동향 자료에 따르면 향후 경기국면을 예고해주는 10월 경기 선행지수가 지난해 같은달과 비교해 1.3% 하락했고, 지난달에 비해서도 0.5%포인트 하락했다. 서비스업 생산 역시 0.5% 감소하는 등 기업들의 실적악화가 계속되고 있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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