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己丑年은 '긴축'년"…지역 기업 '생존' 허리띠 죈다

'생존을 위한 초긴축·비상경영이 유일한 사업계획이자 경영목표.'

글로벌 금융위기로 촉발된 경기 침체와 널뛰는 환율 등 불안한 경영환경으로 대구경북 모든 업종의 경기 전망이 짙은 안개속에 빠져들면서 기업들이 내년도 사업계획에 대해 윤곽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12월이면 나왔을, 새해 예상 매출과 투자계획 등을 담은 사업계획을 대부분 회사들이 아직 세우지 못하고 있는 것. 대신 기업들은 생존을 위한 비상·감축경영을 계획하고 있다. 아예 사업계획 없이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움직인다는 '시나리오 경영법'을 들고 나오는 기업도 적잖다.

자동차부품 협력업체들은 현대·기아차, GM대우 등 완성차 업계조차 내년 사업계획을 확정하지 못하면서 대강의 사업계획도 못 잡고 있는 실정. 완성차 5사들이 이달부터 감산에 들어간데다 내년 1/4분기 가동률이 현재보다 20~30%가량 떨어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불똥이 어디까지 튈지 고심하고 있다.

SL 김희진 상무는 "완성차 회사들이 내년 사업계획을 확정하지 않아 사업계획을 수립하지 못하고 있다"며 "실물경기가 지금보다 더 악화될 전망이어서 신규투자 계획은 엄두도 못내고 있다"고 말했다.

상당수 업체들은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경기침체가 가변적인 경제상황 때문에 연간 계획은 고사하고 분기 또는 월별 계획 등 단기 운영계획조차 세우기 힘들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기계부품업계도 내년 사업계획을 확정짓지 못하기는 마찬가지. 경영여건이 지금보다 더 나빠질 것으로 보고 설비투자는 크게 줄이거나 동결, 인력 채용은 보류한다는 원칙만 세워둔 상태다.

섬유업계도 세계적인 소비위축으로 내수는 물론 수출 주문량이 크게 줄 것으로 예상하면서 사업계획 틀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 건설업계도 부동산 경기침체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생존에 중심을 둔 사업전략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전자제품 생산 비중이 높은 구미공단 기업체들도 주문물량이 감소하면서 이달 중순 또는 연말부터 대대적인 조업감축에 들어갈 계획이어서 내년 사업계획 구상은 엄두를 못내고 있다.

철강업계도 내년이 사상 최악의 해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10년 전 외환위기때와는 달리 내수와 수출 모두 부진한데다 이 추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여 '좀 더 지켜보자'는 분위기다.

반면 호텔업계를 비롯한 일부 업종과 몇몇 기업들은 위기를 기회로 삼기 위한 공격경영을 통해 한단계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호텔들은 골프장, 외식산업, 쇼핑몰 등으로 업종을 다각화하면서 새 성장동력을 찾고 있다.

매출 1조원대의 한 기업 임원은"내년에는 경제가 어떻게 굴러갈지 예측하기 힘들어 경영계획 수립에 애를 먹고 있다. 모든 것을 줄여 버티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창희·박정출·이재협·한상갑·김진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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