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중·고교 영자신문 만들기 바람 왜?

▲ 중·고교에
▲ 중·고교에 '영자신문 만들기' 바람이 불고 있다. 도원고 영자신문반 학생들이 직접 만든 영자신문을 보면서 장단점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윤정현 인턴기자

중·고교에서 '영자신문 만들기' 바람이 불고 있다. 영자신문은 '1석 2조'(killing two birds with one stone)의 효과를 올릴 수 있다. 학교홍보와 함께 학생들의 영어실력을 쌓는데도 도움이 되기 때문. 학교에선 영자신문을 어떻게 만들고 활용하고 있을까?

◆어떻게 만드나

대구 달서구 도원고등학교는 지난 10월 16면짜리 영자신문인 'The Do Dam Times'를 발행했다. 영자신문 제작의 주역은 1~3학년 15명으로 구성된 '영자신문반'. 영어에 나름대로 자신이 있다는 학생들로 뭉친 동아리다. 영자신문 제작은 3월부터 시작됐다. 학생들은 학교 안팎에서 일어나는 작은 행사나 소식, 시사적인 관심사항 등을 목록으로 만들었다. 1학년 유진경양은 "기사거리를 모두 수합하니까 70가지가 넘었다"고 말했다. 목록은 중간에 중요한 사안이 발생하면 수시로 더해지거나 빠지는 등 변경됐다. 이렇게 목록을 만든 뒤엔 학생 기자가 무엇을 취재하고 기사를 쓸지 선택했다.

이 학교는 한 달에 한 번 정기모임을 갖고 기사를 기획하거나 토의를 하고 다른 학교 영자신문의 장단점도 훑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학생들은 정기모임 외에 틈틈이 만나 기사 내용이나 진행 상황을 서로 확인했다.

제작 과정에 어려움도 따랐다. 1학년 김예슬양은 "평소 신문을 잘 안 읽었는데 막상 기사를 쓰려니 작성법이나 자료 수집 방법 등을 몰라 애를 먹었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특히 인터넷 검색이나 신문 참조 등 기사 작성을 위한 자료 수집에 1개월 이상 걸렸다.

그렇게 각자 기사를 만들면 지면 배치를 어떻게 할지, 또 제목을 어떻게 뽑을지 등을 상의하면서 지도교사의 교정을 받았다. 그런 뒤 최종적으로 원어민 강사로부터 영어 표현 등이 맞는지를 확인받았다. 이렇게 만든 영자신문은 학생, 학부모는 물론 다른 학교로도 보냈다.

이처럼 동아리가 중심이 돼 영자신문을 만드는 고교와 달리 중학교에서는 아무래도 지도교사의 역할이 크다. 고교생보단 기사 작성이나 취재 요령 등이 서툴기 때문에 교사의 도움이 더 많이 필요한 것. 하지만 만드는 과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 6월, 10월에 각각 8면짜리 영자신문을 발행한 대건중학교는 학기 초에 지도교사가 영어에 자신있는 학생 20명을 모아 '영자신문반'을 만들었다. 윤정민 교사는 "교육신문이나 학교행사, 다른 학교 신문 등을 참조해 신문을 전체적으로 어떻게 짜는지, 어떤 기사거리가 있는지 등을 설명해주고 학생들이 자신이 쓸 기사거리를 선택해 신문을 만들도록 도와줬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특별활동이나 점심시간을 이용해 제작에 참여했다.

◆어떤 효과 있나

영자신문을 만드는 과정에서 학생들은 많은 것을 얻는다. 무엇보다 영어 수준이 한 단계 향상되는 계기가 되는 것. 처음엔 영어로 기사를 작성하는 것이 어려워 일단 한글로 썼다가 영어로 번역하는 수준이었지만 차츰 숙달되면서 바로 영어로 표현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 학생들의 설명이다.

도원고 1학년 이수민양은 "일반적인 영어공부보다 영어를 활용하는 실력이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실전처럼 영어를 직접 써보고 기사를 교정하면서 어떤 점이 약한지 등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 같은 학교 1학년 임슬기양도 "다른 학생들의 기사를 보면서 두루두루 배우는 점도 많고 글쓰기 능력과 어휘력도 많이 는 것 같다"고 했다.

평소 소홀했던 시사적인 부분도 자주 접하는 기회를 갖는다. 도원고 1학년 김예슬양은 "잘 안보던 신문도 꺼내보게 되고 TV 뉴스도 수시로 챙기는 등 시사적인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다"고 했다. 또 기사를 작성하면서 한쪽 면이 아닌 여러 관점을 보게 되고 결국 이는 사고력과 논리력에도 좋은 영향을 끼친다는 것.

범물중 박은주 교사는 "평소 학생들이 영어를 에세이 형태로 많이 쓰는데 영자신문을 만들면서 다양한 글을 작성해보면 작문 실력이 상당히 높아진다"고 했다.

'영자신문 발행'이란 결과물을 통해 자신감이 생기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효과다. 도원고 김미경 교사는 "다른 동아리와 달리 영자신문반 학생들은 자신이 노력해 결과물을 냈다는 것 자체를 무척 보람스럽게 생각한다"며 "나중에 추억거리가 되고 대입 때도 이력 사항에 참고가 되는 등 장점이 참 많다"고 말했다.

◆콘테스트에 도전해보기

학교에서 만든 영자신문을 뽐내는 대회가 해마다 있다. 대구시교육청이 주최하는 '대구시 중·고교 영자신문 콘테스트'가 그것. 보통 10월 말까지 각 학교에서 영자신문을 받아 심사를 거쳐 11월 수상작을 발표한다.

보통 심사기준은 신문 내용과 제작과정, 편집체계나 표지디자인 등이다. 특히 기사 내용이 얼마나 참신한지와 학생들이 얼마나 자발적으로 참여하는지가 중요한 잣대가 된다.

9회째를 맞은 올해는 고교 부문에서 대구외국어고가 대상을 차지했고 대진고와 도원고가 금상을 받는 등 모두 11개 학교가 수상했다. 중학교 부문에서도 대건중이 대상을, 덕원중과 범물중이 금상을 받는 등 11개교가 수상의 기쁨을 안았다.

학생 중심의 영어교육 강화와 학생들의 소질과 적성을 계발하기 위해 열리는 이 콘테스트는 매년 조금씩 참가 학교가 증가하는 추세다. 6회째인 2005년엔 중학교 16개교, 고교 20개교 등 36개교가 참가하는 데 그쳤지만 올해는 중학교 25개교, 고교 31개교 등 모두 56개교가 실력을 겨뤘다.

영자신문을 발행하지만 콘테스트에 참여하지 않은 학교들을 감안하면 대구에서 중학교의 경우 3분의 1이, 고교는 절반 정도가 영자신문을 만드는 것으로 추정된다. 시교육청 교육정책과 박재흥 장학사는 "영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영자신문을 만드는 학교도 전반적으로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고 밝혔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 고교 부문 : 대구외국어고(대상), 대진고·도원고(금상), 원화여고·정화여고·혜화여고(은상), 경덕여고·서부고·상인고·영진고·청구고(동상)

▶ 중학교 부문 : 대건중(대상), 덕원중·범물중(금상), 강동중·범일중·칠곡중(은상), 동원중·산격중·성명여중·입석중·황금중(동상)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