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학부모 생각] 다른 선택, 기회 균등을

3년 전, 교육청 심화반 과정을 수료 중인 다섯 명의 여중생에게 논술수업을 지도한 적이 있다. 이들은 다른 과목도 함께 공부를 하고 있었다. 학생들을 만나기 전 학모님과 상담을 했었다. 이들이 수재여서 필자도 남다른 각오를 하고 있었지만 상담을 하면서 엄마들의 정보력에 놀란 나머지 숨을 가쁘게 몰아쉬어야 했다. 지역 학원강사들의 실력 유무와 각 학교 최상위권 학생들의 주요과목 선행까지 알고 있었다. 학모님들의 일상이 모두 아이들에게 집중돼 있었다.

다섯 학생의 공통점이라면 학습능력이 뛰어나다는 것. 다른 점은 개성이 각양각색이라는 점이었다. 쾌활함과 꼼꼼함, 느긋함이 공존하는 가운데 수업을 진행하던 필자는 균형을 잃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서로 다른 모습을 인정하면서 배려하는 성품이 삶을 성공으로 이끌 수 있음을 강조했다. 다섯 명의 여중생은 이른바 '인정받고 자란 아이들'이다. 그렇지 못한 주변인들을 포용할 수 있는 심성을 갖춘다면 금상첨화가 아닌가.

중간고사나 기말고사를 일주일 앞두고는 수업을 하지 못했다. 특목고를 목표로 하고 있어 내신공부에 집중을 했기 때문이다. 수행평가 1점에도 신경을 곧추세우는 일이 생기기도 했다. 시험이 끝나고 성적이 발표되면 전교 1등을 했다고 드러내놓고 축하를 해주지도 못했다. 2등도 필자의 제자이니 그 아이는 일등을 하지 못한 것에 아쉬움이 있지 않겠는가. 아이들은 오랫동안 같이 지내왔기에 겉으로 표현하지 않았지만 내면에 경쟁심은 그들을 채찍질하고 있었다.

1년 후, 한 학생이 캐나다로 유학을 떠났다. 1년 동안 그곳에서 수학하기로 결정했단다. 15세 소녀의 포부가 '사고무친'의 낯선 나라로 떠날 수 있도록 용기를 갖게 한 것이다. 1년의 수학 기간이 끝나고 아이는 한국으로 돌아왔다. 전에 다니던 학교로 되돌아오지 않고 학원가로 유명한 수도권으로 이사를 가 그곳에 있는 중학교로 전학을 갔다.

이 학생이 떠난 후, 이번엔 수성구에서도 명문이라는 D중학교로 전학을 간 학생이 있었다. D중학교에서 명문대학 도전의 밑거름을 만들기 위해서다. 고교는 수성학군에서 알아주는 사립여고에 진학했다. 남은 세 학생 중 한 명은 외고에 성적우수자로 특별전형에 합격했다. 이제 남은 두 명, 고민하다가 집 근처에 있는 일반 인문계 고등학교에 진학했다. 수도권에서 중학교를 다녔던 학생은 이번에 자립형 사립고에 합격을 했단다.

필자는 자못 다섯 명 제자의 앞날이 궁금하다. 아이들은 특목고, 자사고, 수성학군의 명문 사립고, 일반고교 등 참 다양하게 선택을 했다. 하지만 이 학생들의 목표는 어쩌면 몇 개의 명문대학에 집중돼 있을 것이다.

그런데 기우일까. 일반계 고교로 진학한 두 제자가 걱정이 된다. 올해 수시에서 K대학이 특목고 학생들에게 유리한 전형을 했다고 의혹을 샀었다. 각기 다른 선택을 했지만 기회는 균등해야 한다. 대학의 입학사정관 제도가 한 점의 의혹을 사는 일이 없어야겠다.

끝으로 제자들에게 당부하고 싶다. 공부도 행복하기 위한 하나일 뿐이니 가슴을 따뜻하게 데워가면서 공부하라고.

장남희(운암고 2학년 임유진 어머니)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