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에 열아홉번의 어린이 재롱잔치가 잡혀 있을 정도입니다."
지자체마다 수백억원을 들여 지은 대구의 구군 문화예술회관들이 '지역문화 활성화'라는 애초 취지는 고사하고 상업성 행사 등으로만 채워져 빈축을 사고 있다.
대구는 달성군을 제외한 7개 구가 제각각 하나씩의 문예회관을 갖고 있어 87.5%의 건립률로 전국 최고 수준이다. 2006년 기준으로 전국 지자체의 문예회관 건립률 52.4%와 비교하면 어딜 내놔도 손색이 없다.
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속빈 강정 수준이다. 연간 13억원의 운영비가 들어가는 서구 문화회관이 지난 한해 올린 대관 공연 수입은 고작 3천900만원이다. 17억원의 연간 운영비를 쓰는 북구문화예술회관도 9천300만원 수입에 그쳤고 남구 대덕문화전당은 대관 수입으로 3천800만원을 벌었다. 한 해 동안 12억7천100만원이라는 수입을 올린 수성구 '수성아트피아'와는 극명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북구문화예술회관의 경우에는 아예 임대수입과 예식장 사용료, 문화강좌 등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렇게 '상업적'으로 운영하고 있지만 적자를 전혀 메우지 못하고 있다. 올 들어 10월말까지 발생한 적자만도 벌써 8억3천856만원에 달한다.
심지어 한 문화예술회관 관계자는 "연간 대관의 절반 이상을 11월에서 2월까지 이어지는 어린이 재롱잔치로 채우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남구 대덕문화전당은 올들어 56회의 기획행사를 열었는데 이중 연극, 음악, 뮤지컬, 전시 등의 순수 문화공연은 16회에 불과했고, 나머지 40회는 각종 행사들로 채워졌다. 전체 예산 9억5천여만원 중 기획공연 예산은 8천9백만원에 불과해 전체 예산의 10%도 채 되지 않았다.
대구지역 한 문화계 인사는 "주민을 의식한 민선 단체장들이 종합 분석 없이 건물만 짓다보니 생긴 현상"이라며 "막상 건립 후에는 시설 관리에만 급급해 문화공연에는 제대로 된 투자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반면 달서첨단문화회관의 경우 올해부터 매달 네번째주 토요일에는 어린이 뮤지컬을 정기적으로 무대에 올리는 등 특색있는 전략을 마련하느라 고심하고 있다. 권영민 기획공연담당자는 "부족한 예산이나 열악한 여건만 탓할 것이 아니라 얼마나 차별화되고 특색있는 전략으로 접근하느냐가 문예회관 활성화를 가늠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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