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정밀농업을 준비하자] ⑧국내 연구개발 현주소

▲ 국내에서도 정밀농업에 필요한 각종 기술 및 기계장치들이 속속 개발돼 농업 현장에서 실험되고 있다. (사진 위로부터)토양 강도 측정기, 이앙 동시 변량시비기, 토양 시료 채취기, 수확량 모니터 콤바인.
▲ 국내에서도 정밀농업에 필요한 각종 기술 및 기계장치들이 속속 개발돼 농업 현장에서 실험되고 있다. (사진 위로부터)토양 강도 측정기, 이앙 동시 변량시비기, 토양 시료 채취기, 수확량 모니터 콤바인.

"갈수록 심각해지는 고령화 등 우리 농촌의 현실로 미뤄보면 정밀농업이 꼭 필요합니다. 일손도 덜 가고 비료값도 줄일 수 있으니까요."

경기도 평택 오성면 창내리에서 벼농사를 짓는 김정식(61)씨는 2년째 컴퓨터로 논을 관리하고 있다. 모내기에 앞서 정밀 토양분석을 실시, 논의 위치에 따른 비료 살포량을 산정한 뒤 위성항법장치(GPS)가 장착된 '이앙 동시 변량시비기'로 모내기를 하는 동시에 필요한 양의 비료를 필요한 만큼 살포한다.

뿐만 아니다. 벼가 자라는 동안에는 생육상태를 컴퓨터로 확인하고 가을걷이 때도 수확량 모니터로 정확한 위치별 산출량과 수분을 측정한다. 김씨는 "관행농법보다 적은 10a(약 302평)당 8.6㎏의 비료를 한번만 뿌려 시비 횟수를 줄였는데도 볏대가 강해져 잘 쓰러지지 않았다"며 "첫해 0.5a, 올해 1㏊(약 3천25평)에 이어 내년부터는 전체 논 6㏊에서 정밀농업으로 농사를 지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가 이처럼 정밀농업에 본격적으로 나설 수 있었던 것은 농촌진흥청을 비롯한 국내 연구진들의 기술 지원 덕분에 가능했다. 아직 실증시험 단계이지만 토양 시료 채취기, 토양 강도 측정기, 생육측정 센서 및 수확량 모니터, 전자작업지도 작성을 위한 소프트웨어, 이앙 동시 변량시비기 등은 이미 개발이 완료됐다. 이 가운데 토양 강도 측정기는 농촌진흥청에서 전문업체에 기술을 이전, 조만간 보급될 예정이고 저렴하면서도 성능이 우수한 GPS도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우리나라 전체 토양 유형도 이미 전산화돼 있다. 농촌진흥청의 토양정보서비스시스템 '흙토람'(http://asis.rda.go.kr)에 접속한 뒤 지번만 입력하면 토양의 산도, 물빠짐, 유기물 함량과 같은 물리·화학적 특성을 알 수 있다. 농촌진흥청 홍석영 박사는 "전문가뿐 아니라 귀농에 관심 있는 일반인들도 토양에 대한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도록 개발했다"며 "전국 27곳에서 운영되고 있는 현장 토양진단기술도 전국으로 확대실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연구성과를 바탕으로 평택시를 비롯해 여러 지자체 소속 농업연구기관들이 정밀농업에 관심을 갖고 사업계획을 속속 세우고 있으며 연구 네트워크 구축도 활발하다. 지난해 8월에는 제2회 아시아정밀농업학술대회가 평택시에서 개최됐다. 이 행사에는 한국, 중국, 일본, 몽골,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국가뿐 아니라 미국, 호주, 독일 등 정밀농업 선진국에서 관련 연구자 160여명이 참가해 연구결과와 정보를 공유했다. 한국과 일본이 주도하고 있어 1회 대회는 2005년 일본에서 개최됐고 3회 대회는 2009년 중국에서 열릴 예정이다.

하지만 아직 가야 할 길은 멀다. 이웃 일본의 사례에서 보듯 기술개발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실제 농업현장에서의 적용 및 농업인들의 이해 확산이다. 결국 한국형 정밀농업 모델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또 협소한 경지면적, 영세농 중심 구조, 농업 노동력의 고령화, 농업인의 환경친화적 경영 마인드 및 IT 마인드 부족은 정밀농업 실현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빈약한 국내 정밀농업 전문연구인력도 아쉬운 대목이다. 선두주자인 미국과 유럽은 물론이고 이웃 일본에 비해서도 턱없이 부족한 게 현실인 것.

국립농업과학원 이충근 박사는 이와 관련, "정밀농업은 기술보다 개념적 접근이 중요하며 기술의 일괄적 적용보다는 단위기술별로 효과를 검증해 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농촌진흥청과 공동연구를 수행하고 있는 미국 미주리주립대 케네스 서더스 교수는 "수확량 모니터처럼 정밀농업에는 첨단과학기계들이 많이 쓰이고 있지만 장비 자체가 정밀농업의 핵심은 아니다"며 "먼저 개선해야 할 농작업 목표를 세운 뒤 필요한 기술을 개발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이상헌기자 davai@msnet.co.kr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