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3040광장] 참 쉽고 가까운 행복

돈만 많으면 추위 막을 수 있나/ 풍성한 삶은 '나눔'으로만 가능

지난주 매서운 추위가 닥치더니 그저께 드디어 첫눈이 내렸다. 온 세상이 미국발 금융위기로 휘청거리고 있는 요즘, 혼자 치기에 빠져 계절까지도 우리네 탐욕에 휘둘리어 제 모습을 잃어가는 게 아닌가 하는 참 가당찮고 허튼 조바심을 하던 차에 겨울다운 매서운 추위와 함께 함박눈이 내리니 참 반가웠다. 하얀 눈을 이고 서있는 앞산이 더없이 정겹고 푸근하게 다가왔다. 새삼 '그래 추워야 겨울이지' 생각했다. 비록 맨몸으로 추위를 견뎌내기가 참 고생스럽겠지만 그래도 겨울은 겨울다워야 하고, 그렇듯 철이 모두 제철다워야 우리네 삶도 제 모습대로 온전하게 지켜지지 않겠는가. 올겨울 유난히 추울 것이라는 기상대의 예보처럼 제대로 추운 겨울이 되었으면 참 좋겠다. 맵디매운 겨울을 견디고서야 봄다운 봄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기에 말이다. 혹독한 추위가 오히려 축복일 수 있는 이유이다.

우리네 마음은 이미 오래전부터 겨울이었는지 모르겠다. 연일 덮쳐오는 경제 한파 때문에 마음이 얼어붙을 대로 얼어붙었다고들 하니 말이다. 날씨와 상관없이 모질게 추운 겨울이 이미 우리 마음속에 들어와 있었나 보다. 이렇게 마음이 얼어붙은 탓인지 요즘 모두들 숨이 막힌다고 한다. 치솟는 환율에 숨이 막히고 번지점프를 하듯 곤두박질 친 주식에 가슴이 무너진다고 한다. 젊은이들은 일자리를 찾지 못해 동토에 맨발로 내몰린 지 오래다. 부자는 부자대로 가난한 사람은 가난한 사람대로 모두가 숨쉬기가 참 녹녹지 않은 게 요즘이다. 이 경제위기 때문에 곧 우리의 삶이 산산이 부서질 듯 모두들 불안에 떨고 있다.

참 이상한 일이다. 재화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우린 숨이 편해질 것으로 믿어왔지 않은가. 그에 대한 굳은 믿음으로 우린 불과 30여년 만에 경제규모를 수백배로 늘려왔지 않은가 말이다. 온 세상이 기적이라며 놀라고 우리 자신도 믿어지지 않을 만큼 큰 성공을 거두었는데도 어찌 된 일인지 우리네 삶은 찢어지게 가난했던 30여년 전의 그 시절보다 더욱 메마르고 팍팍해지기만 하니 참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우리의 숨을 편하게 해 줄 것이라고 믿었던 재화가 이젠 오히려 우리의 숨을 짓누르고 있으니 참 답답한 노릇이다.

흔히들 말하기를 경제위기는 경제의 성장으로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 한다. 그래서 경제적 묘안을 내어 이 위기를 일거에 타파할 수 있는 현명하고 유능한 경제지도자를 갈망해 왔고, 그런 바람으로 우린 새로운 정부를 선택했다. 하지만 그 결과는 참으로 참담하다. 모두들 경제정책 실패를 비난하고 정부의 안일함과 무능함을 질타하고 있다.

겨울은 한결같이 겨울이다. 추위를 막아보려 안간힘을 써도 추운 겨울은 결코 막을 수 없지 않은가. 그저 맞이하고 견뎌야 한다. 다시 말해 피하려 하면 할수록 겨울은 길고 모질고 춥다. 결국 겨울의 매서운 추위를 이기게 하는 것은 어쭙잖은 난방대책으로 추위를 피해보겠다고 발버둥을 치는 것보다는 우리의 마음으로 그것을 맞아들일 때 가능하다. 순응하고 조화를 이룰 때 우리 삶은, 우리의 숨은 편해지는 것이다.

가난이 결코 불행은 아니다. 우리의 국민소득이 몇 백달러에 불과하던 시절이 바로 30여년 전이었고, 그 시절에도 우리네 마음은 참 푸근하고 따스하지 않았던가. 그리고 그렇게 적은 재화로도 우린 꿋꿋하게 잘 살아왔지 않은가 말이다.

우리의 삶을 풍성하게 하는 것은 결코 재화의 많고 적음이 아니라는 것을 우린 지난 수십년간의 삶을 통해서 뼈저리게 겪어왔다. 또한 우리가 온 힘을 기울여 모으고 쌓은 재화가 얼마나 허약한 것인지 지난 몇 달을 통해 명징하게 보았다. 결국 이 경제난국을 이겨내고 해결하는 것은 더 많은 물질을 확보하는 것이 아니라 이것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이 유일한 길이라는 것을 우린 이제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

결국 풍요로운 세상, 모든 이들이 숨쉬기 편한 세상은 결국 나눔으로만 가능하다. 많이 그러모으기로는 우리의 마음속에 겨울을 만들 뿐이다. 이 겨울이 따스한 봄이 되게 하는 것은 단 한가지 나눔이 필요할 뿐이다.

참 쉽지 않은가. 아무리 환율이 오르고 또 주가가 떨어져도, 아파트 값이 폭락을 해도 결코 불안해하지 않을 일이다. 우리가 물질에 매여 전전긍긍하지 않으면 지금의 이 경제위기라는 것도 쉽게 편하게 견뎌낼 수 있지 않겠는가 말이다. 그렇게 벗어버리면 우리네 삶은 참 따뜻하고 편한 삶이 될 것이다. 행복은 참 가까운 곳에 있다.

이상만(돋움공동체 대표'작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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