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광장 100

앤 벤투스 외 지음/정현진 옮김/터치아트 펴냄

핀란드 헬싱키의 상원광장
핀란드 헬싱키의 상원광장

'광장'은 어떤 장소이고 무엇을 말하는 곳일까? 광장이 드러내는 것, 말하고 싶은 것, 감추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문명이 시작된 이래 인류사에는 늘 '광장'이 있었고 '군중'이 있었다. 대중은 광장을 통해 마음을 드러내고 기록하면서 인류사를 발전시켜왔다. 광장은 일상생활의 중심이자, 축제의 장이었고 때로는 혁명의 장소였다. 광장은 역사의 현장이었고 세계의 주요 도시는 광장을 중심으로 발전했다.

이 책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광장 100'은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광장 100곳을 소개하고 있다. 책은 광장을 세심하게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그 도시의 과거를 살피고, 현재를 이해하고 미래를 짐작할 수 있다고 말한다.

전통적으로 광장은 도시의 중추 신경계 역할을 해왔다. 상인들은 시가의 중앙광장을 중심으로 집결했고, 각지의 다양한 물자는 광장에서 교류됐다. 장인들은 이곳에서 수공예품을 거래했고 시골에서 올라온 농부는 농산물과 축산물을 판매했다. 장터가 곧 광장이었고, 광장이 곧 장터였다. 그래서 광장은 일상이 시작되고 끝나는 생활의 공간이기도 했다.

부유한 상인들은 광장을 둘러싼 화려한 대저택에 살았고 웅장한 궁전과 철옹 같은 요새도 중앙광장을 중심으로 설계됐다. 상인조합이나 시청사, 국회, 교회나 대성당 등이 광장을 중심으로 세워지는 것은 자연스러웠다. 군대가 정렬하고 행진하는 곳, 외세나 독재에 저항하며 혁명이 꿈틀대는 곳 역시 광장이었다.

러시아 모스크바의 '붉은광장'은 모스크바에서 가장 오래된 중앙시장이다. 붉은광장은 세월 따라 여러 가지 이름으로 불렸다. 흔히 우리가 짐작하듯 70년간의 소비에트 공산정권에서 비롯된 이름이 아니다. '붉은광장'이라는 명칭은 광장 남서쪽 자리한 크렘린 궁전의 적갈색 벽돌에서 유래했다는 게 정설이다.

프랑스 파리의 '보쥬 광장' 주변에는 문인들이 많이 살았다. 테오필 고티에, 보쉬에, 알퐁스 도데, 빅토르 위고…. 빅토르 위고는 1832년부터 1848년까지 로앙 게메네 저택의 6번지에서 살았다. 파리는 1873년 이 저택을 사들여 위대한 시인을 기념하는 박물관을 건설했다. 위고박물관에는 위고의 필사본과 서적, 스케치와 그림, 조각, 가구를 비롯한 빅토르 위고를 기억할 만한 기념품이 전시돼 있다. 보쥬광장에는 이후에도 미국작가 헤밍웨이, 아일랜드 출신의 영국화가 프란시스 베이컨 등도 명패를 달았다.

멕시코 수도에서 가장 오래된 '소칼로(현지인들은 흔히 엘 소칼로라고 부른다)광장'의 풍경은 모순으로 가득하다. 지하철 역 앞에는 아즈텍의 후예들이 출전의 춤을 추며 힘차게 발을 구르고, 실업자들은 자신의 기술과 특기를 쓴 마분지를 들고 어슬렁거린다. 성직자들은 긴 옷자락을 휘날리며 재단을 향해 잰걸음을 옮기고 공화국 깃발을 높이 쳐든 대통령 수비대는 대열을 이루며 행진한다. 그런가 하면 관광객들은 택시에서 내리자마자 솜브레로(멕시코의 챙이 넓은 모자)를 쓰고 친구 혹은 가족과 사진을 찍느라 여념이 없다.

이탈리아 피사의 '기적의 광장'에서 갈릴레이는 중력의 법칙을 실험했고, 바티칸 시국의 '성 베드로 광장'은 전 세계 기독교의 중심지다. 아테네의 '아크로폴리스'에는 고대 그리스인들의 위대한 유산이 있다. 그런가 하면 프라하의 '바츨라프 광장'은 나치와 구소련의 억압에 항거하는 체코 국민들의 봉기가 시작된 역사의 현장이다.

아일랜드 더블린의 '도서관 광장'은 대학 건물로 둘러싸인 학문의 오아시스다. 리투아니아의 빌니우스 '대성당 광장'은 세계시민주의 정신을 간직한 장소다. 크로아티아의 '플라차 광장'은 산책과 축제 행렬의 거리이다. 우크라이나 리비프의 '리노크 광장'은 다국적 시장 터라고 할 만하다. 리비프는 다민족, 다종교의 역사를 지닌 도시이다. 곳곳에 흩어져 있는 다양하고 수많은 종교 건물만 보아도 이를 짐작할 수 있다. 리노크란 말 자체가 '중앙시장'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오늘날 각 도시의 중앙광장은 제1순위 관광지이기도 하다. 광장 주변에는 문화유산이 넘치고, 광장 주변의 미술관과 박물관은 그 자체로 '예술'이다. 분위기 있는 레스토랑과 카페, 이국적인 상가가 즐비한 곳 역시 중앙광장이다. 정기적으로 열리는 축제와 장터의 소용돌이에 몸을 맡겨볼 수 있는 곳도 광장이다.

책은 광장마다 다양한 문화와 역사가 있음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책에 소개된 100군데 광장 중 절반은 유럽의 것이다. 유럽의 광장과 북미의 광장은 그 기능과 스타일이 비슷하다. 반면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시장 터는 도시인 삶의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지만 그 기능과 성격, 스타일은 유럽의 광장과 많이 다르다. 424쪽, 2만7천원.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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