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미련해져라. 바보가 되어도 좋다. 세상을 느긋하게 바라보지 못한다면 세상에 존재하는 것들이 내 것이 될 수 없다. 다른 이들의 삶 이야기를 듣고 다른 사물들의 이야기에 마음의 귀를 기울여야 한다. 이것은 내 마음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것과 같다. (느긋하게 마음의 소리를 들어라 중에서)"
『네 멋대로 찍어라』조선희 지음/ 황금가지 펴냄/315쪽/1만5천500원
"래리 토웰(Larry Towell), 그의 명함에는 '인간'이라는 단어가 적혀 있단다. 인간! 얼마나 매혹적인 단어인가. 그리고 얼마나 참혹한 단어인가. 인간만큼 아름다운 짐승이 어디에 있으며, 인간만큼 잔인한 짐승이 또 어디에 있는가. 사진가 래리 토웰은 인간의 어느 쪽 얼굴로 더 많이 그의 뷰파인더를 채웠을까. 그의 명함에 적혀 있는 '인간'이라는 단어를 하나의 얼굴로 바꾼다면 어떤 얼굴이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될까.(다윗의 돌을 던져라 중에서)"
『정당한 분노』조병준 글·매그넘 사진/ 가야북스 펴냄/199쪽/1만5000원
그야말로 사진의 시대다. 휴대폰과 셔터만 누르면 되는 똑딱이(필름 카메라든, 디지털 카메라든)와 전문가용 카메라가 거리에 넘쳐난다. 어떤 이들은 이제 미래의 기록은 카메라의 것이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이런 시대상을 반영이라도 하듯이 대형서점의 책장 한 모서리에서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던 사진과 카메라에 관한 책들이 다시금 디지털이라는 이름으로 주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것은 결국 카메라가 보편화되면 될수록 사진을 잘 찍고 싶은 열망의 반영이기도 하다.
두 책은 사진을 잘 찍는 방법, 즉 카메라를 다루는 기술을 가르치지는 않지만 좋은 사진이란 어떤 것인지를 분명히 말하고 있다. 사진이 이미 그 자체로 기록이기는 하지만 이야기를 담을 수 있을 때, 다시 말하면 사람을 말할 수 있을 때, 좋은 사진이 될 수 있다고 두 작가는 공히 말한다.
사진 전문가인 조선희가 사진은 기술이 아니라 마음이라고 말하고, 시인 조병준이 사진을 통해서 인간에 대한 희망을 말하는 것은 결국 사진은 소통이라는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는 뜻이다. 인간의 역사에 도구는 발전과 억압이라는 양면성을 늘 지니고 있었다. 디지털 시대와 더불어 새롭게 태어난 카메라가 발전의 편에 서기 위해서는 카메라를 다루는 기술이 아니라 무엇을 어떻게 찍을 것인가를 고민하지 않으면 안된다. 한 때 귀한 물건으로 취급받던 카메라가 모든 사람들의 손에 쥐어지게 된 오늘, 몰래 카메라 같은 것들이 시대의 유행어가 되어 버린다면 그 평등의 가치는 얼마나 서글픈 일인가. 좋은 사진은 그 단 한 컷에 세상의 희망이 담겨 있다. 많은 사진작가들이 회원이 되고 싶어 하는 매그넘(Magnum)의 철학 역시 인간을 위한 기록이지 않은가.
전태흥 여행작가 (주)미래티엔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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