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나무 숯불덩이로 푹 고은 곰국이라도
졸면서 떠오르는
뿌연 것쯤은 있기 마련
오래된 장항아리에
곰팡이 피듯, 그렇게
걷다 보면 뭣 모르고
곁불도 쬐게 되고
꼬인 연줄에 걸려 헛발질도 하게 되지
그러니, 잉걸불인들
어찌 식지 않겠는가
뒷모습 서늘해짐은
가을 나무 보면 안다
서로가 서로에게 진국으로 남으려면
때때로 핵융합 하듯
화학반응 하는 거다
늘 곁에서 곁을 주는 사람, 아내. 그렇지만 정작 시 속에 아내를 불러들이는 일은 생각처럼 쉽지 않습니다. 헤식은 타성 같은 게 감탕처럼 자꾸 엉겨서요. 한데, 시인은 용케도 꽤 여러 편의 시에 아내를 불러내고는 세상의 부부 얘기를 슬쩍 밀어놓곤 합니다.
부부라도 인연의 강물을 웬만큼은 건너야 어떤 곡진함이 생기는 법이죠. 마치 참숯으로 푹 고은 곰국이나 오래된 장항아리의 곰팡이처럼. 뭣 모르고 곁불을 쬐고 꼬인 연줄에 헛발질을 하다 보면 잉걸불인들 어찌 식지 않겠습니까.
부대끼고 뒤채이며 살아가는 동안 누구나 서늘한 가을 나무가 됩니다. 오래도록 진국으로 남기 위해서는 서로가 서로를 고고, 서로가 서로에게 졸아들 일입니다. 세상을 떠도는, 둘이면서 하나인 섬, 부부.
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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