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지역발전 위해 유치한 로스쿨, 지역인재 경쟁력 위협?

경북대 합격자 수도권 출신이 73% 잠식 '위기감'

자본과 인력, 정보의 수도권 집중이 지역 인재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이는 지역대학의 경쟁력 약화와 맞물려 악순환의 고리를 만들고 있다. 지역인재의 유출은 곧 지역대학의 붕괴로 연결되는데, 대학 수가 상대적으로 많은 대구경북 경우 그 심각성은 더하다.

◆수도권 지역 대학 잠식

얼마 전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면접고사를 담당했던 경북대 A교수는 면접시험장에서 깜짝 놀랐다. 시험을 치른 수험생의 대부분이 서울지역 말을 써 익숙한 경상도 사투리는 찾아볼 수 없었던 것. A교수는 자신이 담당한 시험장만 그런가보다라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이후 최종합격자 발표날 다시 한번 놀랐다고 했다. 전체 합격자의 73.3%가 수도권 대학 출신자였던 것이다.

A교수는 "로스쿨 제도 도입의 목적 중 하나가 지역의 균등 발전인데, 이처럼 대부분 대학의 로스쿨이 수도권 출신자로 싹쓸이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이는 지역 대학생들의 경쟁력이 수도권 학생에 비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것을 의미하는 만큼 시급히 대책마련에 나서지 않는다면 지역대학의 몰락은 물론 지역사회의 위기로까지 치달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내부의 힘을 기르자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일부에서는 외부 인재의 지역 유입이라는 긍정적 반응도 나오고 있지만 대부분은 지역 대학의 경쟁력을 높여 지역 젊은 인재들이 설 자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경북대는 내년부터 행정학과(정원 34명)를 행정학부(67명)로 확대하기로 했다. 120명 정원의 경북대 로스쿨 경우 로스쿨법에 따라 최대 80명까지 본교 출신자를 선발할 수 있는 만큼 학생들의 경쟁력을 집중적으로 키워 로스쿨 진학률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현재 11명인 전임교수 수를 올해 안으로 13명으로 늘리고 내년에도 2, 3명 더 충원하겠다는 계획이다. 한 명의 교수가 담당할 학생 수를 최대한 줄여 4년 동안 집중적인 학생 진학지도·관리를 하겠다는 것.

이 학과 이시철 교수는 "장학금 혜택을 늘리고 면학분위기를 조성해 학생들이 학업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학과 총동창회와 기업체의 후방지원도 약속받는 등 경북대 로스쿨로 가는 가장 가까운 길이 행정학부를 거치는 것이라는 공식이 나올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사립 대학들도 지역 인재 잡기에 힘을 쏟고 있다. 입학금은 물론 4년간 등록금 전액과 기숙사비·연간 도서비·해외 어학연수 등의 파격적인 장학제도를 신설하는가 하면 아예 기존 재학생들과 차별되는 특별반을 편성해 대학이 할 수 있는 모든 지원을 아낌없이 쏟아붓고 있다.

영남대 '천마인재학부', 계명대 '비사 스칼라', 대구대 'DU Leaders', 대구가톨릭대 '기초의과학부'와 '법행정인재학부'는 모두 대학이 사활을 거는 우수인재 유치 장치다.

영남대 우동기 총장은 "지역의 모든 대학들이 파격적인 지원을 앞세워 지역인재 잡기에 나서는 것은 '지역인재의 유출이 지역대학의 붕괴로 연결된다'는 절박한 인식 때문"이라며 "우리 내부에서 힘을 길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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