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은행들에 대출 확대를 독려하면서도 내부적으론 건전성 확보를 위한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확충을 요구하는 이율배반적인 정책을 취하는 바람에 시중에 여전히 돈이 돌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정부가 직접 나서서 은행들에 유동성을 공급하고 있지만 은행은 대출문을 꼭꼭 걸어잠그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BIS 비율 더 높여라"=금융감독당국은 은행들에 내년 1월 말까지 BIS 비율을 11, 12%로, 기본자본(Tier1) 비율을 9% 이상으로 끌어올리도록 요구한 상태다. 금융당국은 은행들이 최소한 이 비율을 맞춰 놓아야 경기침체 속에서 실물경제를 지원하는 중개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고, 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해서 부실채권이 늘어나는 것에 대비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BIS 비율은 자기자본/위험가중자산으로 산출되는데, 현재 어려움에 처해 있는 중소기업들에 대출을 늘리면 결국 위험가중자산이 늘어나게 되고 이는 BIS 비율이 줄어드는 것을 의미한다.
◆대출문 더 닫았다=10일 한국은행이 내놓은 '11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예금은행의 기업대출은 3조5천억원 늘어나는데 그치면서 전달 증가액(7조3천억원)에 비해 절반이나 줄었다. 9월의 5조원에 비해서도 크게 줄어든 규모다.
지난달 월간 기업대출 증가액은 지난해 12월(-4조2천억원) 이후 가장 적은 수치다. 특히 대기업 대출 증가액은 10월 4조8천억원에서 11월 9천억원으로 급감했다.
C&중공업과 C&우방이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을 각각 신청하는 등 대기업의 신용위험이 높아지면서 은행들이 위험 관리를 강화한 때문으로 분석된다.
중소기업 대출 증가액 역시 전달과 같은 2조6천억원을 기록, 전혀 늘어나지 않았다.
은행권의 중기대출 증가액은 지난 4월 7조4천억원에서 5월 5조8천억원으로 줄어든 뒤 6월과 7월에도 5조∼6조원 수준을 유지했으나 8월 1조8천억원으로 급감한 뒤 9월에도 1조9천억원 수준에 머물렀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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