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가정형편보다 성적 우선" 안동시 장학생 기준 논란

"어떻게 시민들의 성금으로 조성된 장학회마저 서민들을 외면할 수 있습니까? 어려운 형편의 학생을 조금만 도와주면 큰 힘이 될 텐데요…."

안동시 출연금과 시민 성금으로 지난 2월 창립된 (재)안동시장학회가 첫 장학사업을 추진하면서 어려운 경제 사정 등 서민들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고 '성적우수학생'으로만 장학생을 선발, 시민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안동시장학회가 지역 중고교생 각 80명에게 장학금(총 6천400만원)을 주기로 하고 이달 들어 학교장 추천을 받은 결과 장학금 수혜 대상 상당수가 교사 등 공무원의 자녀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교육계에서 일하는 A씨는 "모 학교의 경우 교사 자녀가 절반 이상 추천받는 등 대부분 학교에서 교사 등 공무원 자녀가 많이 추천된 것으로 안다"며 "가정 형편이 어려워 고통받는 학생들도 많은데 공기금 장학회마저 이들을 외면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했다. 실제 안동시장학회 설립취지를 보면 '경제적 어려움으로 소외된 환경 때문에 교육기회마저 갖지 못하는 등의 교육 양극화 현상을 해결하고 경제적 어려움으로 학업을 중도에 포기하는 학생들이 없도록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공무원 B씨는 "시민 성금으로 조성된 안동시장학회는 기업 등이 운영하는 장학회와 성격이 달라야 한다"며 "사회적 통합과 따뜻한 사회를 만드는데 중점을 두고 운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일부에서는 "공무원 자녀의 경우 고등학교까지 학비가 전액 지원되는데 장학금까지 주는 것은 용돈이나 학원비를 보태는 것"이라고 했다.

안동시장학회 관계자는 "이자 수익이 없는 상황에서 장학사업을 추진하면서 그 대상을 우수장학생으로 제한했을 뿐"이라며 "내년부터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들을 고려하는 등 장학금 수혜 범위를 확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안동시장학회는 오는 24일 안동시민회관 소공연장에서 장학금을 전달할 예정이다.

안동·엄재진기자 2000j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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