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미술치료]부부갈등과 자녀의 문제행동

한참을 울다 자녀에게 호소, 서로 칭찬 고마움 전한다

부부는 서로 다른 환경에서 성장한 남녀의 결혼으로 새로운 가정을 이루고, 자녀 출생으로 부모가 된다. 부부관계는 성장과정'가정환경'교육배경 등 경험과 환경이 다르므로 결혼생활 과정에서 부부갈등은 필연적이다.

부부갈등은 서로간 기본 목표의 차이로 인해 각자 욕구를 충족치 못하고 오해나 상호이해 부족으로 인해 더욱 심화될 수 있다. 부부갈등은 의사소통 문제, 방어적이고 자기중심적인 태도, 부부의 역할, 종교, 가치관, 경제적인 이유, 성격차이, 성문제, 인간관계, 외부적인 요인 등으로 나타난다.

부부갈등은 아동의 연령과 성별 등에 상관없이 부정적 영향을 미쳐 분노와 부정적 감정을 유발한다. 부모의 부정적 상호작용을 본 아이는 행동에 문제를 보이면서 심한 스트레스와 함께 신체적 반응을 보인다. 어린 시기에 겪은 경험과 환경의 85%가 성격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되며, 성인기까지 지속된다.

반복적인 부부갈등으로 부정적 감정을 자주 겪은 아이는 정서불안으로 사회생활이나 대인관계를 위협적으로 지각, 가정'학교'사회'이성문제에까지 부적응 현상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자녀에게서 가정환경은 인간관계를 배우는 최초의 학교요 사회교육장이다.

A가족의 남편은 외형적으로는 모든 일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고, 중요한 일에서도 중간 입장을 취한다. 부인과의 의사소통에서는 침묵, 회피하는 편이다. 반면 부인은 매사 철저하고 주장이 분명한 편이다. 표정이 어둡고 매사 긴장과 불안을 동반하며 소화기장애를 포함하는 신체적 증상을 호소한다. 아울러 자기중심적이며 어떤 문제에 대해 집착하고, 생각이 복잡하다.

이런 부부의 갈등으로 학령기 자녀는 손톱을 물어뜯고 원형탈모를 보이며 친구들과 어울리지 않고, 기력이 없는 등 위축을 보였다. 또 자주 피곤해 하며 두통, 어지러움 등의 신체증상을 호소하고 불안과 걱정이 많다. 부모의 갈등을 자신 탓으로 돌리며, 그에 대한 죄책감으로 어떤 일에서도 완벽성을 보이고, 특히 어머니에 대한 기대치를 성취하지 못할까봐 걱정을 많이 하는 경향이다. 상위권이나 더 잘 하려고 하는 학업 스트레스도 많다. 어머니에게 기쁨을 주려는 생각에서다.

치료 초기에는 부인이 결혼한 이래 자신이 가정을 위해 노력한 부분에 대해 거침없이 나열하며 한참을 울었다. 힘들 때마다 자녀에게 호소해 왔던 것도 털어놨다. 이에 역으로 아이는 성숙한 자녀로서 가정을 보호하려 했던 것이다. 부부는 각자 방식으로 결혼생활을 유지해 왔으나 서로 공유하는 부분이 없었다는 사실을 인식했다. 치료 중'후기에 가족의 고유 환경, 배우자의 성격 특성이나 가치관에 대해 수용하고 조절하는 과정을 거친 결과 부부는 배우자의 변화를 두고, 서로 칭찬하며 고마움을 전했다. 자녀 역시 부모와 함께 안정감을 찾아갔다.

인간 성장에서 가정은 최초의 만남이 이뤄지는 곳이자, 마지막 안식처이기도 하다. 따라서 자녀의 성장과정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가정환경이다. 가정환경은 물리적인 요인도 중요하지만 그 보다도 가족구성원의 요인이 더욱 중요하다.

lyy0976@hanmail.net

이영옥(미술치료학 박사, 영남대 미술치료학과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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