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TV들여다보기]개그맨 출신들 영역 넓혀 끼 발산

최근 공중파 3사의 주요 드라마에서 약방 감초격의 조연에 개그맨 출신들의 약진이 돋보이고 있다. 이전 개그맨들이 공채로 입사, 코미디 프로그램에만 집중해 이름을 알렸다면 요즘은 본연의 역할에만 머물지 않고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 영화 등으로 활동영역을 넓히면서 자신의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현재 MBC TV '종합병원2'에서 외과 레지던트 2년차 오영범 역을 맡고 있는 개그맨 김병만과 KBS TV '바람의 나라'에서 마황의 똘마니로 웃음연기를 펼치고 있는 공찬이 역의 개그맨 김원효.

영화 '김관장 대 김관장대 김관장', '라듸오 데이즈', 시트콤 '오포졸' 드라마 '대한민국 변호사' 등에서 감초연기를 선보였던 김병만은 한 인터뷰에서 "내가 가운을 걸쳤더니 의사같지 않다는 댓글이 올라오더라"고 웃으며 "드라마에 출연한 만큼 개그가 아닌 코믹연기를 선보이려고 나름대로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오랜 무명 생활 끝에 빛을 본 개그에 이어 남몰래 꿈꿔왔던 연기 분야에서 그는 의사라는 전문직을 연기하는 부담을 느끼는 듯 극중 파트너인 차태현에게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또 '바람의 나라'를 통해 처음 드라마에 출연하고 있는 김원효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자세로 임하고 있다"며 촬영 때가 아니더라고 주변 스태프들과 함께 잔일을 거들며 연기자로서 거듭나고 있다. 이 때문인지는 몰라도 처음 의도와는 달리 최근 그가 등장하는 횟수가 늘고 있다는 귀띔이다.

하지만 개그맨들의 드라마 참여에 대해 시청자들 의견은 분분하다. "마치 드라마가 아닌 개그 콘서트를 보는 듯하다", "드라마가 점점 시트콤이 되어간다" 등의 반응이 있는가 하면 "오히려 개그맨이 등장하니 신선하다", "질질 짜면서 보는 드라마들보단 훨씬 낫지 않냐" 등의 엇갈린 견해를 내놓고 있다.

이처럼 개그맨들이 코미디로 출발, 드라마나 영화 등 연기자의 길을 걷는 까닭은 무엇일까?

'개그콘서트'나 '웃찾사' 같은 공개 코미디에서 개그맨들이 웃음을 주는 방법은 2가지. 첫째는 연기적인 요소가 강한 콩트를 통한 코미디와 재치와 순발력을 기초로 한 개그, 두 성향이 공존하기 때문에 다른 분야로의 진출이 가능하다.

또 개그맨들 중엔 연극영화과 출신으로서 연기의 기본을 익힌 사람들도 많다. 이들의 본래 꿈은 연기자로 활동하는 것. 따라서 장기적인 안목과 자기개발을 위해 개그맨 활동은 발판으로 삼기도 한다. 김병만'김준호'문천식'김현숙 등이 연극영화과 출신들이다. 이들은 영화와 연극을 꾸준히 모니터 하며 드라마 관계자들과 끊임없이 접촉하고 정보도 얻는다. 김병만은 "공개 코미디에서도 말 보다는 콩트에 집중, 연기력을 쌓고 있다"고 밝혔다.

개그맨 출신들은 사실 뛰어난 입담과 끼를 갖춘 사람들이다. 따라서 연기든 예능 프로그램이든 영화든 MC든 이들이 진출할 수 있는 분야는 매우 다양한 셈이다.

최근 예능에서 웃음을 선사하고 있는 개그맨 출신으론 정형돈'유세윤'신봉선'김신영 등이 있다. 이들은 각종 프로그램의 단골 게스트 또는 그룹MC의 일원으로 타고난 능력을 발휘한다.

그렇다고 TV에 등장하는 모든 개그맨이 이들처럼 성공하는 건 아니다. 경쟁이 치열한 연예계에서 오랜 무명생활의 외로움, 앞서 나가고 있는 동료 개그맨을 향한 부러움, '나만 제자리에 머물고 마는구나' 하는 좌절감에 휩싸여 있는 경우도 많다. 결국 이러한 소외감은 자신이 극복해야 할 한계일 뿐, 누가 도와주진 않는다. 이런 사실을 가장 극명하게 아는 개그맨들은 어찌 보면 제 꿈을 찾아서 길을 돌아가고 있는 셈이다.

우문기기자 pody2@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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