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매장 문화재 보호와 건설 간의 딜레마

건설업체와 문화재 조사기관이 금품을 주고받고 편의를 제공받은 것이 사실로 밝혀졌다. 대구지검이 10일 건설업체로부터 문화재 지표조사를 서둘러 달라는 청탁을 받은 문화재 연구소 관계자들과 돈을 준 건설시행사 관계자 등을 무더기로 기소했다. 건설업계와 문화재 관계자들은 오랫동안 곪아 있던 구조적 문제가 터져 나온 것이라는 반응이다. 이번을 대수술할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현행 문화재 보호법은 3만㎡ 이상의 대규모 건설 사업을 하려면 반드시 문화재 조사를 거치도록 규정하고 있다. 문화재 관계자들은 "특히 대구'경북 지역의 경우 1m 밑에는 조선시대, 2m 밑에는 고려시대, 3m 밑에는 신라시대 문화재가 묻혀 있다"는 말이 나돌 정도로 매장 문화재가 광범위하다고 한다.

그런데 지역에는 문화재 조사를 할 수 있는 연구소가 고작 3곳에 불과한 것이 현실이다. 건설 공사가 밀려 있던 지난해 경우 지표조사를 신청해 놓고도 몇 달씩 기다리기 일쑤였다고 한다. 거기다 문화재가 발견되면 시굴조사를 해야 하며 보존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면 발굴조사까지 간다. 건설회사들은 때로는 1년 이상 몇 년씩 걸리기도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지표조사부터 매장 문화재 발굴조사까지 모든 비용을 건설회사가 부담하게 하는 것도 문제다. 발굴 문화재의 상당수가 땅에 묻혀지고 발굴되는 것은 일부분일 것이라고 문화재 관계자들은 한탄한다. 이윤을 추구하는 건설 회사들이 늦어지는 건설 공기에다 비용 부담이라는 이중 피해를 입고 있다는 불만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토지보상까지 마무리된 뒤 건설의 마지막 단계에서 문화재 지표조사를 신청할 수밖에 없는 것이 건설업계의 현실이긴 하다. 그러나 건설이 문화재를 보호하는 것보다 급한 것도 중요한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문화재 보호가 건설의 발목을 잡아서도 안 된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