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정말 백지영(32)이 대세다. 라디오건 방송이건 그의 7집 '센서빌러티(Sensibility)' 타이틀곡 '총 맞은 것처럼'이 흘러나오지 않는 곳이 없다. '총 맞은 것처럼'은 현재 각종 차트 1위를 달리며 최고 인기를 누리고 있다. 댄스 가수에서 발라드 가수로 변신한 5집 '사랑 안 해' 이후 백지영표 발라드는 단 한번의 실패도 없다.
처음에 이 노래는 '총 맞은 것처럼'이라는 파격적인 제목 때문에 이슈가 됐다. 그러나 "노래가 좋지 않았으면 그 이슈는 오래 가지 못했을 것"이라는 백지영의 설명처럼 세련된 발라드곡 '총 맞은 것처럼'은 제목 이상의 이슈를 이끌어 내며 큰 사랑을 받고 있다.
"댄스음악이 너무 많아서 제 노래가 사랑을 받나 봐요. 발라드에 목이 말랐던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제가 올 2월에 성대 낭종 제거 수술을 받았잖아요. 그 후 음색이 어떻게 변했나 궁금해 하는 사람도 많고요."
새 앨범에 좋은 노래는 '총 맞은 것처럼' 한 곡 뿐만이 아니다. 하우스-일렉트로닉 장르의 후속곡 '입술을 주고'는 한두 번만 들어도 이내 흥얼거리게 만드는 중독성이 강한 노래다. 백지영의 후속곡 활동을 기대하게 만든다.
댄스곡 '센티멘털 시티(Sentimental City)'는 라틴댄스의 여왕으로 군림했던 과거의 백지영을 생각하게 한다. 그런데 과거 노래보다 훨씬 세련미가 넘친다.
음반에는 백지영이 그간 한번도 시도하지 않은 시부야케이 스타일의 가벼운 댄스곡 '멜로디(Feat.마이티마우스)'도 실렸다. 백지영의 목소리라고 선뜻 생각되지 않는 귀여운 음색이 귀에 맴돈다. 수록곡 하나하나가 모두 매력적이다.
"목소리부터 시작해 많은 게 달라진 앨범이에요. 제 목소리가 어떻게 들으면 애절하지만 어떻게 들으면 청승맞게 들리기도 하잖아요. 프로듀서를 맡은 방시혁 작곡가가 '총 맞은 것처럼'을 부르며 '최대한 담백하게 하자'고 했어요. 많이 노력해서 만든 목소리죠. 또 수술을 하면서 목소리 톤과 키가 높아졌어요. 어떤 분들은 새로운 분위기라서 좋아하시기도 하는데 또 어떤 분들은 과거와 비슷한 분위기라서 좋다고도 하세요. 저에겐 너무 다행스러운 반응이죠."
수준 높은 앨범이 나온 데에는 프로듀서 방시혁의 역할이 컸다. 백지영은 성대 수술 후 변화한 자신의 목소리에 맞춰 최적의 작품을 만들어줄 프로듀서가 방시혁일 것이란 확신을 갖고 그와 함께 처음으로 작업을 했다. 백지영의 확신대로 방시혁은 백지영의 새로운 모습을 끄집어내면서도 과거의 매력을 잃지 않는 앨범을 성공적으로 만들어냈다.
"제가 5집을 만드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잖아요. 그 때 방시혁이라는 작곡가의 노래를 듣고 트랜드를 두 발짝 앞서나가는 작곡가라고 생각했어요. 당시 매니저도 통하지 않고 직접 제가 방시혁을 찾아갔죠. 그래서 5집 수록곡 '우아(WooAh)'를 받았어요. 그 때부터 인연이 시작돼 이번 앨범까지 함께 하게 됐죠."
백지영은 이번 앨범 활동을 하며 처음으로 연기에 도전하기도 했다. '총 맞은 것처럼'의 뮤직비디오에 탤런트 박정철과 함께 출연한 것이다. 백지영은 여기에서 연인과 이별한 후 느끼는 몸서리나는 아픔을 능숙하게 연기로 표출해 냈다."연기는 정말 너무 힘들어요. 그런데 매력도 분명히 있죠. 이번에 뮤직비디오 연기를 하면서 연기자들이 좋은 장면 하나를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지 눈곱만큼 깨달았어요."
백지영은 상황과 여건이 되면 연기를 해 볼 생각도 있다. 그런데 인기 절정의 가수 백지영에게는 도무지 시간의 여유가 없다.
"뮤지컬 '돈 주앙'에 '마리아' 역할 제의가 들어 왔었어요.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스케줄이 나질 않더라고요. 어쭙잖게 하느니 안 하는 게 낫다는 판단에 이번엔 거절을 했죠. 다음에는 꼭 뮤지컬에 도전해보고 싶어요."
백지영에게는 뮤지컬 배우뿐 아니라 작가로 변신하고 싶은 꿈도 있다. 앞선 자신의 앨범에서 '사랑해서 그랬죠' 등 노래의 작사를 하기도 했던 그는 글 쓰는 재주를 살려 산문집을 출판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고 털어놨다.
"개인적으로 글 쓰는데 일가견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저는 제 생각을 짧은 가사에 함축해 내질 못해요. 그래서 작사보다는 산문을 쓰는 게 저에겐 맞는 일일 것 같아요."
백지영은 연예계에서 털털한 연예인으로도 유명하다. 방송 등에 나와 스스럼없이 자기 얘기를 해 방송 게스트로도 인기가 높다. 털털한 성격 덕분인지 유난히 여자 팬들에게 사랑을 많이 받는다. 이들은 백지영이 공연하는 곳이면 어디든지 따라가서 목청을 높여 응원을 펼친다.
"제 성격 때문인지 여자 팬들이 좀 열성적이에요. 팬들이 많진 않지만 굉장히 탄탄하게 모여 있죠. 소수정예 요원 같아요. 너무 소중한 팬들입니다."
털털한 가수 백지영은 지난 남자 얘기를 하는 데에도 스스럼이 없다. 얼마 전에는 오래전 사귀었던 탤런트 조동혁의 얘기를 방송에서 털어놔 화제를 모았다. 그는 자신의 앨범 말미 'Thanks to'에 '백지영이란 한 사람에게 사랑을 가르쳐주고 이별을 알려주고 눈물의 달콤함을 알려주고 만남의 설렘을 알려준 내 지난 모든 남자에게 감사합니다'라고 쓰기까지 했다.
"전 남자를 만나면 내 모든 것을 주는 스타일이었어요. 누군가 만나서 단숨에 좋아하기보다 천천히 뜯어보고 진지하게 만남을 결정하죠. 그런 시간이 지나고 선택한 남자에게는 후회 없이 노력을 하는 편이에요. 나보다 내 남자가 강해야 한다는 생각에 저를 작게 만들죠. 그런데 이제 안 그러려고 해요."
담담한 말투로 남성관을 얘기한 백지영은 결혼에 대한 질문에도 편안하게 답을 이어갔다.
"3~4년 뒤 쯤으로 생각하지만 이것도 계획일 뿐이에요. 그 때 돼 봐야 알죠 뭐. 아버지가 그러셨어요. '남자는 4계절을 만나봐야 한다'고요. 술을 마시는 모습이나 노름을 하는 모습을 봐야 진짜 모습을 안대요."
백지영은 나중에 결혼을 하더라도 일과 가정을 모두 현명하게 꾸려나가고 싶다고 했다. 가정을 가진 후에는 지금처럼 활발하게 활동을 하지 못할 지도 모르지만 그 때에는 또 다른 백지영이 있을 것이란 게 그의 설명이다.
"왕성하게 활동할 수 없는 나이가 됐을 때엔, 억지로 활동을 하는 게 아니라 팬들이 제 음악을 기다려주는 가수가 됐으면 해요. 오랫동안 팬들 곁에 남아있는 그런 가수로 말이죠."
수년이 지난 후 한동안 모습이 보이지 않아도 항상 팬들 곁에 있는 것 같은 가수 백지영이 되기 위해 그는 2008년 30대 초반의 인생을 그 누구보다 바쁘게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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