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회관 19주년, 길을 묻다.
오는 13일은 여성회관 창립 19주년이 되는 날이다. 1989년 12월 13일 개관한 뒤 19년이 흐른 셈이다. 내년 1월부터는 본격적으로 20주년 기념행사와 함께 기획 사업을 추진한다. 여성회관의 어제와 오늘, 내일을 살펴봤다.
◆빛나는 소프트웨어
봉재반 신원숙(44·여)씨는 대구여성회관 홈패션 분야 베테랑 수강생이다. 만드는 소품마다 인기리에 팔리면서 여성회관 내 명장이 됐다. 처음 그녀는 식탁보와 베개 커버 등 간단한 소품을 만들기 위해 여성회관을 찾았다. 3년이 지난 현재 그녀의 제품은 단순한 취미생활을 넘어 가계에 보탬이 되는 수익원이자 여성회관 내 창업 가게의 인기품목이 됐다. 홈패션 역시 이불과 커튼, 옷 등 재봉틀로 만들 수 있는 전 분야로 확대됐다. 신씨는 "소품을 만들 땐 시간 가는 것이 아까울 정도로 신난다"며 부업으로 변신한 취미 생활을 설명했다.
도예반에 수강 중인 홍향아(42·여)씨도 직접 만든 접시와 항아리를 살림살이로 사용하고 있다. 여가활동 삼아 시작했던 취미가 실생활에 유용하게 쓰이면서 지인과 가족들의 문의 전화도 받고 있다. 특히 초등학교에 다니는 딸 아이는 매일같이 엄마가 만든 도자기를 보며 품평을 해 줄 정도로 관심을 보이고 있다. 홍씨는 "도예반 강의가 삶의 활력이 되고 있다"며 "시간이 허락한다며 계속 배우고 싶다"고 전했다.
여성회관이 변하고 있다. 과거 여성의 취미활동 중심으로 진행되던 사업이 최근엔 부업과 창업,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고 있다. 전문 기술 기능 교육 외 사이버교육센터 역시 3천명이 넘는 수강생이 몰리면서 강좌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올 한해만 6천790개의 강좌가 생겼다. 내년엔 종합취업지원시스템인 '새로 일하기 센터'를 도입, 본격적인 여성 경제활동 지원에 들어갈 예정이다.
여성회관은 경기도와 창원의 '여성 희망일터 지원본부'를 벤치마킹, 대구실정에 맞는 세부추진계획을 1월 중으로 마무리지을 계획이다. 또 기존 사이버교육센터를 확대 운영하는 형태로 특히 외국어 강좌를 추가 개설한다. 영어 위주의 교육에서 벗어나 베트남어와 중국어 등 이주 여성 남편과 가족들에게 필요한 재교육을 통해 가족 간 소통을 증진시키겠다는 취지다.
임영숙 대구여성회관 관장은 "시대변화상에 맞게 여성회관의 역할도 달라지고 있다"며 "저소득층 여성의 삶의 질을 높이고,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두 가지 목표를 꾸준히 실천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빛바랜 하드웨어
현재 여성회관은 대구 북구 노원3가, 일명 '3공단' 구석에 위치해 있다. 각종 기계부품공장이 밀집한 팔달교 남단에 있어 접근성이 떨어지는데다 시민들의 인지도 역시 낮은 편이다. 목공예 수업을 듣고 있는 김희선(가명·36)씨는 "셔틀버스를 타고 오지만 교통이 불편한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일부에선 대구시가 여성정책을 바라보는 수준이라고 꼬집기도 한다. 회관의 교육 프로그램을 바꾸는 등 소프트웨어 전환에 앞서 하드웨어부터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사실 이 곳은 1989년 여성회관 설립당시 택지개발예정지였다. 하지만 공단부지로 사업안이 변경되면서 결국 완공된 건물은 공장에 둘러싸이게 됐다. 그 후 20년 동안 여성회관은 삭막한 공장과 매캐한 매연, 음침한 우범지대 속에서 여성의 삶의 질 향상을 외친 셈이다.
대구시는 현재 20년 동안 방치했던 대구여성회관 운영에 관한 중장기 플랜을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타 시도의 여성회관 운영방안을 비교, 대조해보고 대구 실정에 맞는 역할과 정체성을 찾기 위해 대경연구원에 용역도 의뢰할 예정이다. 또 동부여성문화회관과 대구여성회관 자체적으로 각 기관의 특성화 방안을 고심 중이다. 최옥자 대구시 보건복지여성국 여성청소년가족과장은 "대구시는 여성회관의 위치 이전 뿐만 아니라 프로그램 개발, 타 기관과의 사업 분배 등 중장기 계획을 마련하고 있는 중"이라며 "내년 중반쯤이면 사업 밑그림이 완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현미기자 bori@msnet.co.kr
▨ 대구 여성회관은?
☞ 설립목적
여성능력 향상과 잠재력 개발, 저소득층 여성의 자립기반 조성, 여성의 사회참여 및 역할 증대
☞ 연 혁
⊙ 1989. 8. 30 여성회관 설치조례 제정
⊙ 1989.12. 13 개관
⊙ 1993. 8. 10 태평상담실 운영
☞ 위치
대구광역시 북구 노원3가 483번지
☞ 규모
⊙ 본관 - 부지:4천115㎡ , 연면적:5천693.15㎡(지하1, 지상4층)
⊙ 별관(태평상담실) - 부지:826㎡, 연면적:806.78㎡(지하1층, 지상3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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