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박물관의 전을 다시 찾았다. 그동안 이 전시와 연관해서 국립 경주박물관의 전을 보고 온 뒤라서 첫 관람 때와는 느낌이 또 달랐다. 수능시험도 끝난 데다 방학이 가까워 혹 학생들의 단체관람으로 전시장이 붐비지나 않을까 걱정했는데, 나름대로 조용한 감상을 즐길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고 해야 할지. 하지만 예술교육이 개념적인 지식의 전달로 달성될 수 없다는 점과 무엇보다 직접적인 체험에 의존한다는 사실을 상기하면 기대 밖의 그 상황이 오히려 아쉬웠다. 특히 이번 전시작품들이 근본적인 조형형식에 닿아 있는 것들로써 우리의 심미적 감각을 일깨울 수 있는 훌륭한 교육 자료들이란 점을 생각하면 더 많은 사람들이 봤으면 하는 전시다.
저마다 관점은 다를 수 있겠지만 이 전시가 타이틀에 내세우는 페르시아의 '황금 유물'들보다도 내게는 수사 출토의 메소포타미아 채색도기들이나 청동기 등에 나타나는 이미지와 문양들이 훨씬 더 매력적이다. 이런 종류들이 가진 미술사적, 미학적 의의들을 도판을 통해서만 공부해왔다면 실물을 마주할 때 아마 감동이 클 것이다.
고대문명과 자신들의 전근대 문화가 없는 미국 도시들은 비유럽지역의 미술까지 고루 갖춘 박물관이 많다. L.A. 카운티 미술관도 이란 지역의 선사시대 질그릇과 이형도기들을 다수 확보하고 있었는데 우리에겐 비교적 덜 알려진 그쪽 선사미술의 동물그림에서 추상화와 구성력의 탁월한 조형감각을 보고 깊은 인상을 받았던 기억이 되살아났다. 상설 전시를 볼 데가 없는 우리 현실에서 이런 특별전의 기회는 그래서 의미가 더 크게 느껴진다.
메소포타미아미술에 더욱 전형적인 서로마주보고 뒷발로 일어선 짐승 사이에 곧추선 인물상이 가운데 놓인 것이 있는데 이번 전시에 비슷한 한 점이 있어서 유심히 봤다. 짐승들의 길들이기. 주술가나 사제의 능력을 보이는 굴복의 의식적인 행위 등과 연관된 해석들이 있는데 이번 것은 곡예 마술사 같아 보이기도 했다. 생명적인(사실적인) 이미지를 피하고 인간을 문양으로 사용하여 주술력의 상징으로 읽힐 수 있도록 한 데서 현상적 객체의 직접적(직관적) 이미지를 정복하고 그 자리에 형상적인 구성을 창조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자연대상의 표현에서부터 형상 그 자체로의 전환, 그것의 추상적 관념의 창조는 바로 야생동물을 길들였을 뿐만 아니라 인간 자신의 야생적 상상력이 길들여졌다는 결과를 반증하기도 한다.
자연주의 전통에서 추상화로 전환한 20세기 현대예술의 가장 큰 특징을 '예술의 비인간화(dehumanization)'란 말로 압축했던 사람이 있었다. 그는 더 이상 재현적인 방식을 고집하지 않고, 예술작품을 탈 인격화시켜서 인간적인 감정과 정열을 제어하고 심미적 감정과 미적 쾌락을 추구하는 것을 현대예술가의 비상이라며 승리로 추켜세웠다. 심미적 쾌감 효과를 위해서 고대문명에서 이루어진 문양화한 추상적 형식들은 현대에 대해 아키타입적이다. 그런 점에서 이 전시는 의미나 메시지와 무관하게 심미적 쾌감을 얻고 직접적으로 또는 직관적으로 좋은 형태에 대한 안목을 개발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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