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서울, 부산, 인천, 경기도, 대전, 원주…. 이 무슨 국제행사 유치를 캠페인 하는 도시들 이름인가 의아하겠지만, 이들은 최근 유휴산업공간의 문화적재활용을 추진하고 있는 도시이름이다. 그뿐 아니라 문화관광체육부도 포천 폐 채석장, 군산 내항, 신안 염전과 소금창고, 대구의 구 KT&G 연초장, 아산의 구 장항성 등 5개 지역을 정해 대규모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여러 지방정부들이 경쟁적으로 추진하는 데는 그럴만한 당위가 있겠지만 너도나도 유행처럼 뛰어드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유휴산업시설의 재활용은 유럽의 경우 70년대부터 추진해왔지만 이들은 그럴만한 타당한 이유가 있었다. 그들에게는 보존가치가 높은 유휴건물이 많았고 도시재생 담론과 창작문화공간에 대한 시민적 인식이 있었다. 이런 조건은 많은 성공사례를 만드는 요인이 됐다. 하지만 우리의 조건은 훨씬 빡빡하다. 우선 보존가치가 높은 건물이 드물 뿐 아니라 도시재생 담론형성과 문화예술에 대한 시민의 인식전환도 동시에 경주해야 한다. 차라리 신축하는 것이 비용 면에서 효율적이라는 말도 나온다. 독창성이 강조되어야할 창작공간사업이 전국적으로 비슷한 경향을 보인다는 지적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필자는 이런 때일수록 사업의 목적을 분명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하고 싶다. 만약 사업의 주요 목적이 시민의 문화예술소비로 잡힌다면 시민의 창의성을 위한 매력적인 문화공간으로 만들어야 하고, 예술콘텐츠 생산이 주목적이라면 창작공간 확충과 예술가 인큐베이터를 잘 조성해야 할 것이다. 혹은 도시의 균형발전을 위한 창의거점공간이 될 수도 있다. 어떤 경우라도 하나의 목적만을 가진 경우는 없고 서로 유기적인 영향을 미치겠지만 세 마리 토끼를 동시에 좇는 일만은 말리고 싶다.
건물수리가 끝나고 오픈하게 되면 여러 가지 프로그램들이 소개되면서 공간의 활성화를 꾀하게 된다. 당연히 예술가와 지역사회의 참여로 활성화하는 쪽으로 방점이 찍힐 것이다. 그러나 따산쯔나 영국의 게이츠헤드가 탐난다고 해서 그걸 옮겨올 수는 없듯이 문화예술공간의 활성화는 막대한 예산과 시간을 투여해도 결코 쉬운 문제는 아니다. 막대한 공적자금이 투여된 만큼 사회적·경제적 가치를 증명하라는 성과측정의 목소리도 높아질 것이다. 이뿐 아니다. 개인의 독립성을 강조하는 예술가들의 비사회적인 성향을 어떻게 사회화시키고, 또 어떻게 새로운 예술탄생의 인큐베이터로 만들어 갈 건지도 중요한 숙제 중의 하나가 될 것이다. 글로벌 미학과 로컬의 지역성을 용감하게 실험할 수 있는 국제예술계의 새로운 리드가 되는 목표는 더 말해서 뭣하랴. 지방정부의 적절한 예산편성과 전문 인력배치도 과제이고 시민의 문화예술에 대한 인식전환을 위한 교양홍보, 예술활동과 지역의 연계발전전략도 뒷골을 당긴다.
김윤환 대구문화창조발전소 추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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