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여기는 독도] 사람들-등대원①

▲ 포항해양항만청 소속 독도 등대 근무자들이 옥상에 설치된 태양광전지판을 정비하고 있다.
▲ 포항해양항만청 소속 독도 등대 근무자들이 옥상에 설치된 태양광전지판을 정비하고 있다.
▲ 눈이 쏟아지고 거센 바람이 몰아치는 가운데 늘 그렇듯 의연한 모습으로 서 있는 독도 등대.
▲ 눈이 쏟아지고 거센 바람이 몰아치는 가운데 늘 그렇듯 의연한 모습으로 서 있는 독도 등대.

세상의 빛은 해와 달로부터 나온다. 해와 달은 인간 세상을 어둠에서 건져낸다. 바다의 빛은 등대로부터 나온다. 등대는 바다를 항해하는 배들을 바닷길로 인도한다.

며칠 전 어둠이 짙어지는 시각, 눈이 내렸다. 독도의 눈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바다로부터 솟구쳐 오른다. 겨울바람이 동도 벼랑을 밀고 올라오기 때문이다. 눈은 땅위에 쌓이지 못하고 간신히 바위 거죽에 붙었다가 속절없이 바다로 떨어진다.

눈이 붙었다 떨어지는 절벽 끝 등대 새하얀 원탑에서는 새파란 불빛이 쏟아져 나온다. 풍차 날개처럼 쉼없이 돌아가는 불빛은 맞은편 서도의 옆구리를 훑고 울릉도 쪽을 비추다가 다시 해가 뜨는 먼바다를 달려가 파도와 함께 스러진다.

100W 백열등 1천940여개 밝기(133만칸델라·칸델라는 빛의 밝기 표시단위)로 비추는 독도 등대는 인근에서 오징어나 문어 잡는 고깃배들의 길잡이가 될 뿐만 아니라 멀리 동지나해를 지나 블라디보스토크를 향하는 배들의 이정표가 되기도 한다.

독도 등대는 깎아지른 절벽 위 동도 정상에 서 있다. 독도의 '특급호텔'로 불리는 등대 건물은 멀리서도 항해하는 배들이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새하얀 학(鶴)의 모습을 하고 있다. 연건평 160㎡에 3층 콘크리트로 지은 등대 1층에는 축전기, 배전반, 전력조절기, 충전기 등 장비들이 들어서 있다. 2층은 사무실과 숙소로 사용되며 3층에는 등탑이 올려져 있고 등탑 앞쪽 옥상에는 태양광전지판이 놓여 있다.

독도 등대는 낮에는 흰 등대 건물로 형상 표식을 하고 24시간 50마일 이내에서 감지할 수 있는 전파를 발사하며 밤에는 빛을 내보내 배들의 신호대 역할을 하고 있다. 밤에 내뿜는 독도 등대 광파(光波)는 기본적으로 180개 태양광전지판에서 빛에너지를 얻어 그 빛을 화학에너지로 전환, 축전지에 저장한 다음 밤이면 다시 빼내 빛으로 되쏘고 있다. 만일 흐린 날이 계속되어 태양에너지가 부족할 경우에는 자체 발전기를 가동해 에너지를 보충하고 있다.

독도 등대는 1954년 현재 등대 건물 자리에서 무인등대로 밤을 밝혔다.

초기 등대는 10여m 높이 콘크리트로 축조되었는데 배터리를 이용해 가동되었으며 자동음파발사장치, 즉 무적(霧笛)을 갖추고 있었다. 1년에 한번 정도 해운항만청에서 배터리를 교체했으나 기본적인 관리는 독도경비대원들이 맡았다.

1960년대 중반 물결이 거센 어느 날 밤 외국 선박이 항해하다가 자칫 독도에 좌초할 뻔한 일이 있었다. 당시 독도경비대에서는 야간에 불을 켜고 접근하는 모든 선박에 대해 발포하는 것이 근무 수칙이었다. 그날 등대는 고장으로 불을 밝히지 못했다.

공해상을 운항하던 외국 선박은 악천후에 항로를 이탈, 독도에 충돌할 정도로 접근한 것. 국적불명의 선박이 접근하자 독도경비대에는 비상이 걸렸고 경비대원들은 전투태세에 돌입했다. 선박은 가까스로 충돌 위기를 모면하고 독도 절벽 밑에 배를 정지시켰으나 경비대원들은 일제히 경고 사격을 해버렸다. 놀란 선박은 급히 닻을 올리고 바다로 나가 큰 피해를 입지 않았으나 본국으로 돌아가 "유인도에 등대도 설치하지 않아 풍랑으로 접근했다 좌초 위기를 맞았다"면서 당시 대원들의 조치에 대해 우리 정부에 공식적으로 이의를 제기했다고 한다. 진상파악을 한 우리 정부는 공식 해명하기에 이르렀다.

이 같은 사고 위험 때문에 유인등대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었지만 진척이 없다가 10년 전인 1998년이 되어서야 유인등대로 바뀌었다. 현재 독도 등대에는 6명의 요원들이 2개조로 나눠 한 달씩 근무하고 있다. 포항국토해양항만청 소속의 등대요원들은 2년 동안 절반은 가족과 떨어져 수도승과 같은 생활을 하면서 독도의 오늘을 지키고 있는 것이다.

전충진기자 cjje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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