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제하의 골프 즐겨찾기] ③숏게임, 내기골프의 지름길

골프는 신사 운동이다. 1950년대 까지만 해도 여자들은 롱스커트를 입어야만 필드에 나갈 수 있었다.

나의 플레이보다는 상대방의 플레이를 먼저 챙겨 주는 운동이 골프이다. 하지만 그래도 '내기 골프'에서 지고 나면 기분이 상한다. 그래서 골프는 심리적인 스포츠다. 상대방을 기분 나쁘게 하지 않으면서 내기 골프에서 이길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내기 골프에서 결과물은 최종 스코어에 달려있다. 300m에 가까운 빨랫줄 같은 드라이버도 환상적이지만 3m의 퍼팅도 같은 한 타에 속한다. 드라이버 샷이 비실비실 날아가고, 두번째 샷이 형편없어도, 어프로치로 적당하게 핀에 붙여서 퍼팅으로 홀에 집어 넣으면 파다. 이것이 내기 골프다.

이 정도 되면 빨랫줄 드라이버를 날린 상대방도 약이 오르기 마련이다. 나이가 지긋한 시니어 골퍼들은 드라이버에 눈이 멀어 유연하지도 않는 허리를 돌리면서 장타에 욕심을 내지 말 일이다. 힘도 들이지않고 정확성을 추구하는 숏게임에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 내기 골프에선 훨씬 효과적이다.

벙커 플레이도 마찬가지다. 어려운 곳에 있는 공을 멋지게 쳐내면 상대방은 더 잘해야 된다는 생각에 엉뚱한 샷을 만들고 만다. 이것이 개인 플레이면서 상대방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골프의 특성이다.

상대방을 기분나쁘지 않게 칭찬하면서 플레이하는 것도 내기 골프에서 이기는 한 방법일 수 있다. 드라이버를 잘치는 선수를 만나면 여러분들은 어떤 방법을 동원할 것인가? 물론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이런 묘수는 어떨까. 먼저 드라이버가 기가 막히다고 칭찬을 해주고 나서 "혹시 공을 칠 때 숨을 내쉬면서 치세요, 아니면 들이마시면서 치세요" 하고 물으면 이 선수는 군대 시절을 떠올리면서 사격할 때의 자세를 생각할 것이다. 골프를 치면서 프로 선수가 아닌 이상 숨쉬는 것에 대해 구체적으로 배운 것이 없이 때문이다. 그러면 잘 치는 드라이버에 대해 칭찬을 받았으니 질문에 대해 화답을 해야 하는데 본인이 미처 생각지도 않는 질문에 머리가 아플 것이다. 드라이버를 칠 때마다 내가 숨을 내쉬고 치는지, 아니면 들이마시고 치는지 18홀 내내 생각할 것이다. 이럴 때는 드라이버를 칠 때마다 옆에서 왜 질문에 빨리 답이 없냐고 재촉을 하면 효과는 배가 된다. 물론 신사 스포츠인 골프와는 어울리지 않는 잔머리다. 그래도 어쩌랴. 내기 골프엔 이기고 싶은 것을….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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