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파 녹이는 '이웃의 맞춤 온정'…참사랑 봉사단

▲ 어려운 이웃을 위한 달서구 진천동 주민들의 모임인
▲ 어려운 이웃을 위한 달서구 진천동 주민들의 모임인 '진천동 참사랑 봉사단' 회원들이 지난 10일 관내 홀몸어르신을 찾아 무료로 직접 도배를 해주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11일 오후 대구시 달서구 진천동 한 주택의 월세방. 3평(9.9174m²)이 채 안 되는 좁은 방 안에는 4명의 자원봉사자들이 어깨를 부딪치며 구슬땀을 쏟고 있었다. 한쪽에선 곰팡내가 풍기는 얼룩덜룩한 벽지를 벗겨내고 다른 쪽에선 새 벽지를 재단해 풀을 바르느라 분주하게 움직였다. 2시간에 걸친 작업 끝에 꽃무늬가 프린트된 새하얀 벽지로 갈아입은 방은 한층 넓고 밝아 보였다. 한 달 넘게 텅 비어 있던 보일러에는 기름이 채워졌고 쌀독에는 새 쌀이 부어졌다. 집주인 이숙자(81) 할머니는 "관절염 때문에 일어나지도 못한다"며 방바닥에 앉은 채 고마워 어쩔줄 몰라했다.

저소득 이웃들의 겨울나기가 더 힘들어진 요즘에 동네 주민들이 이웃돕기에 자발적으로 나서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자랑스런 주인공은 달서구 진천동 주민들이 만든 '참사랑 자원봉사단'이다. 지난 5월 진천동 주민 170명이 우리 손으로 어려운 이웃들을 도와 보자며 자발적으로 '1인 1계좌 갖기 운동'을 시작하면서 탄생했다. 주민들의 통장에서 십시일반으로 월 일정액(1만원 이하)이 자동 계좌이체돼 모인 성금만 벌써 2천만원에 육박했다.

참사랑 봉사단은 몸으로 부딪치며 봉사를 많이 한다. 이들은 2인 1개조로 조를 짜 동네 구석구석을 누비며 맞춤형 봉사활동을 펼친다. 지난달 25일부터 10일간 진천동에 사는 기초수급자, 차상위계층, 한부모가정 등 500여가구를 하나하나 방문해 집집마다 도와줘야할 게 뭔지 꼼꼼히 조사했다. 급한 것은 도배, 난방 연료, 쌀, 이불, 체납 공과금 등으로 다양했다. 이숙자 할머니도 실태 조사에서 "전기장판 하나로 오돌오돌 떨면서 겨울을 나고 있다"는 김명화(53·여) 자원봉사자의 방문 보고서를 바탕으로 긴급 맞춤형 지원이 이뤄진 경우다.

참사랑 봉사단은 겨울 한철 봉사에 그치지 않는다. 이들은 조별로 10가구씩 어려운 이웃들과 연락망을 만들어 놓고 청소와 가사 봉사활동, 말벗 봉사 등 수시로 관심을 잊지 않는다. 도배 자원봉사를 하는 김창한(47·달서구 진천동)씨는 "예전에는 아파트에서만 살다 보니 주위에 어려운 이웃들이 이렇게 많은 줄 몰랐다"며 "이번 기회에 봉사 활동을 더욱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참사랑 봉사단의 맞춤형 복지 서비스가 입소문을 타면서 자원봉사자들의 문의와 단체들의 기부도 이어지고 있다. 봉사단 활동을 전해들은 한 초등학교는 20㎏ 쌀 33포대를 맡겨왔고, 한 노인복지재단도 연탄 수백장을 선뜻 건넸다.

진천동 권순홍(48) 동장은 "서류상으로 돼 있는 복지지원 대상자와 현실적으로 도움이 필요한 이웃들과는 괴리가 있는 점을 보고 맞춤형 봉사단 운영을 계획하게 됐다"며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참사랑 봉사단의 가장 큰 힘"이라고 말했다.

임상준기자 zzu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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